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2015년 경제정책방향’의 핵심은 단기 부양책에서 구조개혁으로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이다. 돈을 푸는 ‘대증요법’만으로 회생시키기에 한국경제의 병세(病勢)가 너무 위중하다고 보고 고통이 뒤따르더라도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구조적 요인들에 본격적으로 메스를 대겠다는 뜻이다.
특히 노동시장 개혁 과정에서 ‘정규직 기득권을 줄이는 만큼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처우의 연계성을 강조할 방침이다. 하지만 공무원연금에 이어 정규직의 기득권까지 손을 대려는 정부의 시도는 사회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 일반해고 등 ‘뜨거운 감자’에 메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기재부 기자단과의 세미나에서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가 과도한 수준”이라고 발언하자 일각에서는 정부가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정리해고가 아니라 일반해고 부분을 손보기로 했다. 정리해고의 경우 이미 법체계가 갖춰져 있어 손댈 여지가 적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24조는 ‘정리해고는 기업에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발생했을 경우에만 가능하고 해고 예정일 50일 전에 노조에 통보해야 한다’, ‘3년 이내에 해고된 근로자를 우선 재고용해야 한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반면 일반해고는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일반해고 절차와 관련해 근로기준법 23조는 ‘사용자는 근로자를 정당한 이유 없이 부당해고하지 못한다’라고만 규정하고 있다. ‘정당한 이유’ 이외에는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실적이 현저히 낮은 임직원도 해고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해 왔다. 또 수년간 근무기록을 축적하고, 다른 부서로 배치해 성과를 낼 기회를 부여하는 등 ‘해고 회피 노력’을 한 뒤 근로자를 해고해도 지방고용노동청이 부당해고로 제재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일반해고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지 않고 사내규정인 ‘취업규칙’에 관련 내용을 반영하는 것만으로도 기준을 구체화할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요건을 명확히 하는 방법은 간단하지만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력 전환배치 문제도 정부가 손대려 하는 ‘뜨거운 감자’다. 예를 들어 일감이 부족한 자동차 생산라인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을 잘 팔리는 차종의 생산라인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해 인력의 효율적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노조 측은 전환배치가 부당해고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어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 일자리 미스매치, 교육개혁으로 접근
교육개혁 분야에서는 고교과정과 대학과정이 결합된 ‘고등전문대학’을 내년에 신설할 방침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고교생이 입시를 치르지 않고 특별전형으로 전문대에 진학한 뒤 졸업 후 연계된 기업에 쉽게 취업할 수 있게 된다. 중소기업과 구직자의 눈높이가 달라 발생하는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이다.
고등전문대는 내년 3월 또는 9월에 개교해 2016년부터 신입생을 모집할 계획이다. 당초 올해 안에 공모를 통해 1곳의 고등전문대학을 뽑아 시범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최근 교육개혁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시기를 늦춘 대신 내년까지 5곳 안팎으로 시범운영 학교를 늘리기로 했다. 일단 산업단지 가까이에 설립하고 취약계층 자녀를 중심으로 입학생을 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학생들은 기업으로부터 장학금 형태로 학비를 전액 지원받고 전문대 과정을 졸업하면 자동적으로 해당기업에 취업할 수 있다. 현재 중학교 2학년생부터 입학이 가능하다.
이들 학교는 지난해 정부가 미래성장동력으로 지정한 자율주행차, 안전로봇 등 ‘13대 산업엔진 프로젝트’에 맞춰 소프트웨어, 에너지, 자동차, 로봇 등 분야에서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게 된다.
이 밖에 정부는 금융지원으로 연명하는 ‘좀비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자영업자를 위한 상권관리제를 도입하는 한편 서민금융진흥원을 설립하는 방안 등을 내년 경제정책 방향에 반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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