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6일 삼성과 한화가 대기업 구조조정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대기업의 구조조정은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우선 삼성도 기업 매각을 결정할 만큼 현재의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번에 한화에 팔리는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의 영업환경은 악화되고 있었다. 또 한화는 방위산업 역량을 강화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현재 경제 상황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그동안 구조조정은 대부분 경제위기 시에 정부 주도로 실시되었다. 기업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통해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구조조정은 기업 간 자발적인 합의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당사자 모두 성공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고 상호 상승효과로 두 그룹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다.
국민 경제적 관점에서도 긍정적이다. 자발적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 체질이 개선될 것이고 향후 대기업들 구조조정의 촉매제로 작용해 국가경제의 효율화에 기여함으로써 저성장을 탈피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화는 방위 산업과 화학 산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어 테크윈과 종합화학에 성장 모멘텀을 강화시켜 줄 수 있다. 화학과 방위 산업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를 충분히 활용하고 전문성을 확보하면서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화학 산업의 경우 일본은 구조조정을 완료했으며 중국도 투자를 확대하면서 무섭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방위 산업도 혁신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대형화와 전문화가 절실한 분야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 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근시안적 시각에서 이번 매각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삼성도 전자 소재 분야에 혁신역량을 집중하고 전자 산업의 글로벌 리더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전자 산업에서의 역량을 바탕으로 차세대 산업을 개척함으로써 미래의 먹거리를 창출하는 데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번 구조조정이 두 그룹의 고민 끝에 나온 결정인 만큼 충분히 성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도 경제 활성화를 위해 구조조정이 절실하다는 점을 천명한 바가 있지만 구조조정을 촉진할 수 있는 선제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하는 노력은 미흡하다. 그동안의 구조조정은 적절한 시기를 놓쳐 기업 가치를 하락시키거나 채권단 위주의 기업 처리 방안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무엇보다도 이번 사업매각을 신속하게 승인해 줌으로써 경영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을 하루빨리 제거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누리면서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필사적으로 재무장하고 있으며, 구미 경제는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환경이 악화되면서 우리가 설자리는 사라지고 있다. 경쟁력을 강화하여 글로벌 기업을 육성하지 못하면 경제 도약의 기회는 멀어진다. 이러한 측면에서 기술경쟁력과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선진화된 구조조정 정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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