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기본과 원칙보다는 ‘상황에 맞게 능률적으로’에 익숙해져 있다. 지켜야 할 원칙과 매뉴얼을 목표 달성의 걸림돌로 간주하는 잘못된 경향도 없지 않다.
일본에는 건널목이 정말 많다. 건널목마다 이중 삼중의 차단장치가 있고 지킴이 요원들이 있다. 한 번은 하차할 역에 거의 다다른 곳에서 전철이 10여 분이나 멈췄다. 이유를 들어 보니 전방의 건널목 문제라고 했다. 차단기는 문제없이 작동하는데, 차단기에 부착된 경고등이 원칙대로 점등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같은 상황에서 우리라면 어떠했을까. 아마 전차는 잠시 멈췄다가 매뉴얼을 무시하고 역에 진입했을 것이고 건널목에서도 역무원의 수신호를 받으며 진행했을 수 있다. 차단기 경고등 고장은 그 후에 수리함으로써 아무 탈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상황종료’되지는 않았을까. 빈번한 신호기 오류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조치 없이 운행하다 추돌사고를 내는 우리 지하철을 보면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
안전에 관해서는 작은 부분에서도 원칙을 지키는 일본의 행동방식이 ‘신속히’ ‘상황에 맞게 적당히’에 익숙한 우리에게 귀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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