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역점 사업인 서울형 혁신학교가 예상과 달리 학교 현장의 호응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은 30일 “서울지역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공모한 결과 초등학교 26곳, 중학교 13곳, 고등학교 5곳 등 총 44개교를 혁신학교로 신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내년 서울형 혁신학교는 기존 45개교를 포함해 모두 89개교가 된다. 혁신학교는 연간 6500만 원의 추가 지원금을 받아 창의교육, 토론식 수업 등을 진행하는 학교로, 진보 교육감들의 대표 공약이다.
당초 조 교육감은 55곳을 추가 선정해 내년까지 100개교로 혁신학교를 확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47곳만 지원해 경쟁률이 1 대 1에도 미치지 못한 데다 그나마 3곳은 심사기준에 미달해 탈락했다. 경남지역 혁신학교 공모 경쟁률은 8 대 1, 충북은 4 대 1이었다.
신규 선정이라고는 하지만 44곳 중 20곳은 4년 지정기한 만료로 재신청한 곳. 올해 지정기한이 만료되는 학교는 23곳인데 이 중 3곳은 혁신학교를 포기했다. 재신청 학교 등을 제외하면 순수 신규 신청은 18곳에 불과하다.
서울지역 학교들의 혁신학교 신청이 저조한 것은 혁신학교 학생들의 학력 저하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안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입시 위주의 수업에서 벗어난 창의수업이라는 취지는 좋지만 중간·기말고사 비율을 절반가량 줄이고 수행평가 비중이 50%에 육박해 이로 인한 학력 저하가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학업성취도 조사에서도 초중고교 모두 혁신학교가 일반학교보다 우수학교 등급비율이 낮게 나오고,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높았다. 올해 본보 고교평가에서도 혁신학교는 학력순위와 교육여건 순위가 하락했다.
이번 혁신학교 공모 신청을 포기한 A학교 교장은 “교장 입장에서는 추가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공모에 응하고 싶었지만 수업과 평가방식의 갑작스러운 변화로 학력 저하가 우려돼 학교운영위원회에서 반대를 했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또 “혁신학교로 선정되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 중심으로 학교가 운영되는 것도 나머지 교사들이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전교조도 “무리하게 혁신학교를 양적으로 확대하기보다 학교 현장의 질적 심화를 위해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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