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더부르 “GI에는 전통과 미래 함께 담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일 03시 00분


한국정부 GI작업 자문 맡은 네덜란드 디자이너 미셸 더부르 씨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미셸 더부르 대표는 “브랜드를 개발할 때는 (이상형인)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표현해야 한다. 개성과 독자성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미셸 더부르 대표는 “브랜드를 개발할 때는 (이상형인)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표현해야 한다. 개성과 독자성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정부 상징은 국민들에게 ‘나의 정부’라는 소속감을 심어주고, 대외적으로는 상업 브랜드처럼 국가를 효율적으로 팔아야 한다.”

네덜란드 디자인 회사인 MdB 어소시에이츠의 미셸 더부르 대표(60)는 네덜란드의 정부 이미지 통합 작업(Government Identity·GI)을 맡았던 디자이너다. 그는 한국 정부 부처별 이미지(Ministry Identity·MI)를 하나의 GI로 통합하는 작업을 추진 중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자문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문체부의 국가 브랜드 이미지와 국가 상징체계 개발 예산 40억 원은 내년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예산심사소위를 통과한 상태다.

네덜란드의 통합형 정부 상징(위쪽). 모든 부처는 파란색 바탕에 사자 두 마리가 방패를 들고 있는 문양이 들어간 상징을 사용한다. 프랑스의 경우 부처별 상징 위쪽에 정부 상징이 공통적으로 들어간 보증형이다. 정부 상징 속 얼굴은 프랑스혁명 정신을 상징하는 여성 마리안의 초상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네덜란드의 통합형 정부 상징(위쪽). 모든 부처는 파란색 바탕에 사자 두 마리가 방패를 들고 있는 문양이 들어간 상징을 사용한다. 프랑스의 경우 부처별 상징 위쪽에 정부 상징이 공통적으로 들어간 보증형이다. 정부 상징 속 얼굴은 프랑스혁명 정신을 상징하는 여성 마리안의 초상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최근 문체부 주최로 열린 ‘2014 공공디자인 국제심포지엄’ 참석을 위해 서울을 찾은 더부르 대표를 만나 네덜란드의 GI 경험담을 들었다. 네덜란드는 2007년 당시 17개 정부 부처 200여 개 공공기관의 상징을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을 시작해 2010년부터 모든 정부 기관이 새로 만든 GI를 사용하고 있다.

―네덜란드 하면 오렌지색이 떠오르는데 GI는 파란색이다.


“오렌지색은 왕실의 색이다. 왕실에 대해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정치적인 논쟁을 피해가고 싶었다. 네덜란드는 물이 중요한 나라다. 지평선이 발달해 하늘도 잘 보인다. 그런 이미지로 파란색을 택했다.”

―파란색 안의 심벌은 무엇인가.


“네덜란드의 오래된 문장(紋章)이다. 사자가 방패를 들고 있는 모양인데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GI는 한 나라의 전통뿐만 아니라 미래도 담고 있어야 한다.”

세계 각국의 국가 상징은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네덜란드, 독일, 캐나다처럼 모든 부처가 같은 GI를 쓰는 방식이 통합형이고, 미국과 영국처럼 GI를 쓰되 필요할 경우 부처별로 이를 변형하는 방식이 혼합형이다. 프랑스처럼 MI에 GI가 공통적으로 들어간 형태가 보증형, 일본과 한국처럼 부처별로 MI가 따로 있는 유형이 개별형이다.

―통합형의 장점은….


“정부가 제작하는 모든 문서와 명함, 넥타이나 스카프, 건물에 GI가 쓰인다. 하나의 이미지로 의사소통을 하니 효율적이다. 조직 개편이 이뤄질 때마다 MI도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경우에 비한다면 예산도 절약할 수 있다. 통합형이라고 똑같은 GI를 쓰는 것은 아니다. 네덜란드의 경우 파란색을 6개 종류로, 서체도 여러 개로 개발했다. 통일성이 있으면서도 정부 기관별로 국민과 소통하기에 적절한 파란색과 서체를 골라 쓸 수 있다.”

―개발비는 얼마나 들었나.


“1650만 유로(약 227억 원)다. 매년 MI에 쓰이는 예산이 500만 유로였음을 감안하면 예산 절감 효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더부르 대표는 지난 30여 년간 유럽중앙은행, 나이키, 애플, 알리안츠, 한국 웅진그룹과 경기 파주시 운정지구 등의 공공 및 상업 디자인을 해왔다. 그는 한국 정부의 슬로건인 ‘다이내믹 코리아’ ‘스파클링 코리아’에 대해 “명확한 이미지를 전달하지 못하고 혼란스럽다”고 지적했다.

“많은 도시들이 ‘지속 가능한 도시’ ‘그린 시티’처럼 추상적인 이미지를 내세우는데 그 지역만의 고유성이 드러나는 브랜딩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그곳에 누가 살고, 전통과 역사는 무엇이며, 뭘 해먹고 사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난 디자인 전문가로서 한국 정부에 조언은 해줄 수 있어도 GI를 직접 할 수는 없다. 그건 한국 디자이너의 몫이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미셸 더부르#GI#공공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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