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심근경색, 뇌중풍(뇌졸중) 등 중증질환 못지않게 70대 노인이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 바로 넘어져서 다치는 낙상(落傷) 사고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70대 노인 4명 중 3명은 낙상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낙상을 경험한 비율은 60대에는 16.7%지만 70∼74세는 20.2%, 75∼79세는 25.1%까지 늘어났다. 낙상을 70대 건강의 바로미터라고 부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낙상 등 일상생활에서 생기는 사소한 불편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신체기능이 급격히 떨어져 혼자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노쇠 현상’의 전(前) 단계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조비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70대부터는 평소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건강 측정 도구를 활용해 자신의 건강 문제를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원인을 찾아 대응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국립노화연구소(NIA)의 ‘노인 신체기능 평가도구(SPPB)’는 세계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노인 신체기능 측정 방법이다. 집안의 간단한 기구를 이용해 15분 정도 투자하면 된다. 균형감, 보행 속도, 의자에서 일어나는 속도 등을 12점 만점으로 평가한다. 12점은 정상이고, 11점 이하는 비정상으로 분류한다. 점수가 낮을수록 신체기능 저하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국내 70대 노인의 평균 점수는 9.69점(12점 만점), 80대는 8.29점이다.
SPPB는 표면적으로는 단순 신체기능만을 평가하지만, 노인의 건강 상태를 다각도로 점검하는 데 유용하다. 잭 거럴닉 NIA 연구원에 따르면 SPPB에서 9점(12점 만점)을 받은 노인은 1년 안에 사망할 확률이 정상(12점)에 비해 2배 높고, 요양원 등에서 간호를 받게 될 확률도 7배나 높았다.
국내에도 노인 건강을 평가하는 도구가 있다. 대한노인병학회가 2010년 만든 한국형 노쇠평가도구가 바로 그것. 하지만 대중에게는 보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주로 연구 목적으로만 이용됐다.
한국형 노쇠평가도구는 입원 횟수, 주관적 건강 상태, 약물 사용, 체중 감소, 감정 상태, 요실금 여부, 보행 능력, 의사소통 등 8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5∼8점은 주변의 도움이 필요한 노쇠 상태, 3∼4점은 노쇠 전 단계, 2점 이하가 정상이다. 대한노인병학회가 65세 이상 노인 240명을 측정한 결과 21.3%가 노쇠, 37.1%가 노쇠 전 단계였다.
손기영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여성이 남성보다 노쇠가 빨리 찾아오는 경향이 있다”며 “검사 결과가 ‘노쇠’로 나올 경우 병원을 방문해 그 원인을 찾아 적절한 조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 운동-식이요법, 스마트폰 앱으로 관리하세요 ▼
주치의에 전송해 정기적 상담…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 효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웨어러블 기기(몸에 착용하는 스마트 기기) 등 정보기술(IT) 기기를 건강 관리에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걷는 양, 식사량과 종류, 자신의 신체 수치 등을 스마트폰에 기록하며 추이를 살피는 것은 기본. 이 수치를 직접 주치의에게 전송해 정기적으로 관리를 받기도 한다. 이른바 ‘U-헬스’가 실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에는 전자 기기 사용에 비교적 서툰 노인 계층에 대한 U-헬스가 주목받고 있다. 간단한 조작법만 배우면 운동, 식이요법,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진욱 체육과학연구원 연구원과 성순창 서울과학기술대 연구원은 혈압, 중성지방, 공복혈당, HDL콜레스테롤, 허리둘레 등 5개 건강 위험인자 중 3개 이상을 가진 노인대사증후군 환자 46명을 12주 동안 추적 관찰했다. 연구팀은 대상자들에게 운동량과 혈당 혈압 등 신체 수치를 스마트폰을 통해 매일 전송하게 했다. 그 결과 IT기기를 사용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운동을 한 사람들에 비해 혈당과 허리둘레 감소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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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는 2015년 독자들의 건강을 리디자인하는 멘토의 마음으로 3대 건강프로젝트(70대 건강체험단, 가족력 체크서비스, 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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