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삼성SDS 상장? 새로운 투자 대상 아니냐고? 글쎄, 그건 재벌가가 돈 버는 이벤트지.”
한국증시에 대한 외국인들의 일상적인 평가다. 이들은 한국시장을 선진국형 시장이 아니라 ‘현지인 시장’으로 바라보고 있다.
2011년 이후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투자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연평균 34%다. 지난해 초 35.3%였던 외국인 비중은 최근 다시 34%대로 떨어졌다. 70%에 가까운 개인 및 국내기관 비중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볼 때 한국시장은 뉴스와 기업실적에 너무 민감하다. 그만큼 투자 위험성을 크게 느낀다는 얘기다. 낮은 배당성향과 소액주주를 힘들게 하는 재벌의 지배구조는 한국 시장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금융위기 이후로 점차 유동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이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수년간 유독 한국시장만 아시아 신흥국시장에서 저평가 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시장을 보는 외국인들의 시각이 조금 더 따뜻해졌다. 한국 정부의 배당확대 정책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그동안 배당은 ‘대주주의 제 몫 챙기기’쯤으로 인식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가 배당 활성화를 밀어붙이면서 점차 ‘소액 투자자에게 초과수익을 안겨주는 주주환원 정책’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대만의 사례가 주목할 만하다. 대만 기업들은 최근 수년간 배당성향을 높여왔다. 대만 증시의 시가배당률(총 배당금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4%로 오르면서 대만 시장은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됐다. 지난해 말 1.3%에 그쳤던 코스피 시가배당률도 점차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한국시장의 유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코스피의 하루 거래량은 4조 원 수준으로 중국(45조 원) 일본(12조 원) 등 여타 아시아시장에 비해 유동성이 낮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펀드 환매자금을 비롯한 증시 대기자금이 다른 자산으로 옮겨가지 않고 주가연계증권(ELS), 머니마켓펀드(MMF) 등의 형태로 남아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어떤 계기가 마련되면 대기자금이 언제든지 주식시장으로 빠르게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NH투자증권 홍콩법인은 매년 1월에 ‘Bio 최고경영자(CEO) Week’를 진행한다. 국내 바이오 회사 CEO 4, 5명과 외국인투자가의 일대일 미팅을 주선하는데 현지의 반응이 뜨겁다. CEO가 직접 나와 해외시장의 투자자들을 만나기 때문이다. CEO의 진정성이 투자대상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여야 한국 시장이 살아난다. 다른 국내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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