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발표한 첫 소설 ‘앵무새 죽이기’(정확히는 ‘흉내지빠귀 죽이기’)를 쓴 미국 소설가 하퍼 리(89·사진)는 이후 단 한 편의 소설도 발표하지 않고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으며 은둔해 왔다. 오직 몇 편의 에세이만 발표했을 뿐이다. 이 때문에 ‘호밀밭의 파수꾼’(1951년)을 발표한 뒤 죽을 때까지 칩거하며 드문드문 단편소설만 발표했던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1919∼2010)에 비견돼 왔다. ‘여자 샐린저’라 할 그가 올해 7월 14일 새로운 소설 ‘가서 파수꾼을 세워라(Go Set a Watchman)’를 출간한다고 그와 이름이 같은 미국의 하퍼출판사가 3일 발표했다. 55년 만에 발표되는 리의 두 번째 소설이다.
출판사에 따르면 ‘가서 파수꾼을 세워라’는 앵무새 죽이기 이후 20년 뒤의 이야기를 그린 속편이지만 사실은 이보다 먼저 쓰인 작품이다. 리는 이 소설의 원고를 분실한 것으로 알고 있다가 지난해 가을 발견했다고 한다.
앵무새 죽이기는 1930년대 미국 남부 앨라배마 주의 메이컴이란 가상의 마을을 무대로 초등학교 여학생(스카우트)의 시각에서 흑백차별의 모순을 그렸다. 첫 작품임에도 이례적으로 1961년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1962년 그레고리 펙이 스카우트의 아버지이자 마을사람들의 편견에 맞서 억울한 누명을 쓴 흑인 젊은이를 변호하는 애티커스 핀치 역으로 출연한 동명의 영화로 제작됐다. 펙은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원작 소설은 40개 언어로 번역돼 세계적으로 4000만 부 이상이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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