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대사 이어 中국방까지… “사드는 中 염두에 둔 무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5일 03시 00분


[中 ‘사드 한국배치 반대’ 거듭 표명]
한중 국방회담서 노골적 압박

9년 만에 방한한 중국 국방부장(장관)은 4일 한중 국방장관 회담에서 양국 관계에서 가장 껄끄러운 이슈 중 하나인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에 대해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양국 실무진이 사전에 조율한 회담의제에 포함되지도 않았던 문제였던 만큼 분위기는 무거워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창완취안(常萬全) 부장이 먼저 언급한 것”이라며 “사드에 대한 우려 표명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구체적인 발언 내용은 외교관례상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2007년부터 협의를 진행했지만 8년 가까이 끌어온 한중 국방부 간 직통전화 설치도 ‘조기설치’에 합의했다지만 북한의 반발 등 변수가 많아 낙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가 회담 직후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회담이 진행됐다”고 밝힌 것과는 사뭇 다르다.

국방장관 회담 뒤 청와대로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한 창 부장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안부와 축원을 전한 뒤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내실화를 기하고 국방당국 간 전략적 소통과 상호신뢰 증진을 위해 방한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면담에서는 사드 문제가 언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 중국, ‘사드 배치되면 한중관계 훼손될 것“

창 부장은 이날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사드가 한국에 배치되면 그간 쌓아온 한중관계가 훼손될까 우려스럽다” “사드는 북한보다는 중국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인식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중국의 국방 수장이 사드 배치에 노골적으로 반발하며 한 장관을 압박한 모양새다.

군 소식통은 “지난해 11월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 내용 및 수위와 거의 같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당시 추 대사는 한국 국회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사드는 사거리가 2000km가량인데 북한 미사일의 방어 목적을 넘어선 것이다. 북한이 아닌 중국을 목표로 한 것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날 국방장관 회담에서 한 장관은 사드 배치가 결정되지도 않았고 미국 측의 요청도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중국은 믿지 않는 분위기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은 지난해 6월 “사드의 한국 배치를 본국에 요청했다”고 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도발 시 사드의 한국 배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고 사전에 쐐기를 박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향후 이 문제가 한중관계의 핵심 쟁점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

○ 올 상반기에 직통전화 개통 합의했지만…

이번 회담에서 양국은 올 상반기에 국방당국 간 직통전화 설치에 합의하고 다음 주부터 서울에서 실무협의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한중 국방당국 간 직통전화가 설치되면 미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다. 군 당국은 북한의 도발로 인한 위기사태 시 군 당국 간 신속한 소통 채널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양국은 8년 전부터 직통전화 설치 문제를 협의했지만 중국이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소극적 태도를 보여 별 진전이 없었다. 대신 양국은 2008년 11월부터 해·공군 사단급 부대 간 직통전화를 설치 운용 중이다.

군 관계자는 “중국군 내에서 한국 국방부와의 핫라인 개설을 부담스러워하는 기류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 중국군 유해 3월에 추가 송환 등 실리 챙겨

이번 회담에서 한국은 6·25전쟁에서 전사한 중국군 유해 68구를 올 3월에 중국에 추가 송환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중국은 다음 주 실무협의단을 한국에 파견할 계획이다.

앞서 한국은 지난해 3월에도 경기 파주시 적군묘지에 묻혀 있던 중국군 유해 437구를 중국 측에 송환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중국 측이 지난해 송환 때와 마찬가지로 4월 초 칭밍제(淸明節) 이전에 유해 인수를 희망해 올 3월 송환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칭밍제는 조상의 묘를 돌보는 풍습을 기리는 중국의 명절이다.

중국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 반대 등 할 말은 다 하면서 실리만 챙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은 지난해 인수한 중국군 유해를 중국 동북지역의 항미원조(抗美援朝·6·25전쟁의 중국식 표현) 열사 능원에 안장해 논란이 일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주한대사#사드#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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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국방장관 9년 만의 방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창완취안 중국 국방부장이 4일 한중 국방장관 회담장인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본격적인 회담에 앞서 취재진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중국 국방부장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2006년 이후 9년 만의 일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中 국방장관 9년 만의 방한 한민구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창완취안 중국 국방부장이 4일 한중 국방장관 회담장인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본격적인 회담에 앞서 취재진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중국 국방부장이 한국을 방문한 것은 2006년 이후 9년 만의 일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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