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동주]8개월 고민끝에 고른 인물이 ‘靑피아’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5일 03시 00분


‘인사참사’ 책임 곽상도 前수석… 법률공단이사장에 회전문 인사
‘비정상의 정상화’ 헛구호였나

조동주·사회부
조동주·사회부
“이런 게 바로 청피아(청와대+마피아) 아닌가.”

곽상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6)이 법무부 산하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에 내정됐다는 소식을 접한 한 법조계 인사가 한 말이다. 곽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 초대 민정수석을 지내다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부실 파문 책임을 지고 5개월 만에 물러난 인물이다.

현 정부 초기 ‘인사 참사’의 원인 중 상당 부분이 그의 책임이었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을 총괄하는 자리다. 이 때문에 ‘친정’인 검찰 내부에서조차 곽 전 수석이 법무부 산하 공단 이사장으로 돌아온다는 얘기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반응이 많다.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직은 그동안에도 후배를 위해 용퇴한 검사장급 검찰 간부를 배려해주는 자리쯤으로 여겨졌다. 이 또한 비정상적이긴 했다. 하지만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쳐 온 현 정부에선 아예 정권의 ‘내 사람’ 챙기기용 자리로 더 변질된 듯하다.

이 자리는 지난해 6월 황선태 이사장(전 서울동부지검장)이 물러난 이후 적임자가 없다는 이유로 8개월 가까이 비어 있었다. 청와대가 그간 심사숙고한 끝에 고른 인물이 하필 현 정부 초대 민정수석이라니…. ‘수첩’에 있는 특정 인물을 돌려 쓰는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곽 전 수석은 주변에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과거 일선 지청장 재직 시절 검찰 최초로 전화진술 녹음제를 시행해 불필요한 소환조사를 줄였고, 기소사건 무죄율 0%를 달성하기도 했다. 법률구조공단의 업무인 사법복지 서비스에 적임이라는 주장을 할 만도 하다. 민정수석에서 물러난 후로는 후배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1년 넘게 변호사 개업도 안 하고 살았는데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심정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이사장 취임이 확정되면 곽 전 수석은 서울에 있는 집과 변호사 사무실을 정리하고 경북 김천시의 관사로 터전을 옮겨야 한다. 공단은 지난해 5월 서울에서 김천으로 이전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솔직히 공단 이사장이 그렇게 대단한 자리는 아닌데 민정수석 출신이 굳이 맡으려는 걸 보면 공직이라는 게 좋긴 좋나 보다”라며 씁쓸해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청피아#곽상도#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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