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곤 변호사에 사건 맡긴 유족… “배상액의 10% 내놓기로 계약” 진술
檢, 자금추적 결과 집행흔적 못찾아… 약속 안지켜도 형사처벌 못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김준곤 변호사(60)가 과거사 관련 사건을 수임하면서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수임료 일부를 공익재원으로 사용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수십억 원의 수임료를 모두 챙긴 정황을 검찰이 포착하고 경위를 확인 중이다.
민변 소속 일부 변호사가 자신이 관여했던 과거사위 관련 사건을 수임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4부(부장 배종혁)는 과거사 피해 유가족들로부터 “김 변호사와 변호인 선임 계약을 하면서 배상액의 10%를 공익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내용을 계약에 포함시켰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당시 국가 배상액은 70억 원이었고, 이 중 배상액의 10%에 해당하는 6억∼7억 원을 과거사 피해자 지원 활동 등 공익 활동에 사용하겠다고 계약했다는 것. 당시 수임료는 배상액의 30%가량인 약 20억 원이었다. 검찰은 국가 배상액의 30%에 이르는 거액의 수임료 계약이 가능했던 것도 공익재원 사용 약속 때문이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의 김 변호사에 대한 자금 추적에서도 사건의 알선 대가로 보이는 수억 원이 과거사위 조사관 출신 정모 씨와 노모 씨에게 흘러간 정황은 있지만 수임료가 공익 목적으로 사용된 흔적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변호사가 맡은 또 다른 사건이나 수사 대상에 오른 다른 변호사들도 당초 계약과 달리 수임료를 사용했는지 조사 중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들이 국가의 배상금을 당초 약속과 달리 사용했더라도 민사 문제는 될 수 있지만 형사적으로는 처벌할 규정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전직 과거사 위원이자 변호사로서의 도덕적인 문제가 될 수 있어 향후 처벌 수위를 결정하는 데 고려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김 변호사에게 사건을 소개하고 각각 1억여 원씩을 받은 과거사위 조사관 출신 정 씨와 노 씨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2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김 변호사가 운영하는 법무법인(로펌)에 근무한 경력이 있으며, 노 씨는 서울시 인권감사관으로 재직 중이다. 정 씨는 지금도 로펌 직원으로 등재돼 있다. 이들은 조사관 재직 시절 자신이 작성한 피해자 유가족 명단과 조사 보고서 등을 빼내 김 변호사에게 넘겨준 혐의도 받고 있다.
김 변호사는 정 씨 등이 빼온 서류를 국가 상대 소송 자료로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김 변호사가 원고인단 모집 등을 지시한 뒤 소송 알선료 명목으로 억대의 금품을 지급하는 등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김 변호사를 소환 조사한 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검찰은 이 사건으로 수사선상에 오른 민변 변호사 6명 중 이명춘 변호사(56)를 지난달 28일 소환 조사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