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고성규]‘슈퍼 갑질’을 엄벌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5일 03시 00분


고성규 한국납세자연맹 부회장
고성규 한국납세자연맹 부회장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의 시발점이 되었던 1997년 한보사태 국감장에서 당시 정태수 회장이 “머슴이 뭘 알겠느냐”며 직원들을 천시하고 조롱해 지켜본 대다수의 서민들을 분노케 한 적이 있다. 이는 타인의 인격이나 권리를 무시하고 오직 돈의 가치로만 판단하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의 전형으로 평소 종업원에 대한 기업주의 시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롯데홈쇼핑의 납품 관련 금품수수, 홈플러스의 파견사원 강요 사건 등도 결국 갑의 우월주의가 빚어낸 일탈행위로 그 궤를 같이한다. 인간성이 결여된 채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를 축적해 상대방을 도구화 내지는 상품으로만 인식하는 천민자본주의가 낳은 부정적 사례에 다름 아니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국가는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현대의 계약관계도 우월적 지위의 남용 규제와 노동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받는 갑을 상호 간의 대등한 프레임을 지향한다.

그러나 이런 상생의 기조와는 달리 최근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슈퍼 갑질’의 행태는 사회 구석 곳곳에 스며들어 구성원 간에 위화감을 조성하고 분열을 조장한다. 더욱이 경제적 약자에 대한 재벌가의 슈퍼 갑질은 사회적 공존을 파괴하는 등 그 해악으로 인한 파장이 매우 크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계부채가 1000조 원을 넘어 국가경제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저성장의 그늘 속에 경기침체로 대다수의 서민들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고 특히 소득하위 20% 이내의 저소득층은 다중채무에 억눌려 하루가 버거운 실정이다. 근래 세계적 경제학자로 떠오른 프랑스의 토마 피케티 교수가 우려한 사회계층 간의 극단적인 소득과 부의 불평등 구조를 떠올리게 하는 심각한 국면이다.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절실한 시점이다. 세계 최고의 부자이면서 기업가로 수십조 원의 기부를 통해 어려운 이웃과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가치 있는 소비가 무엇인지,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빌 게이츠, 워런 버핏이 만인의 존경을 받는 이유를 돌이켜 봐야 한다.

급변하는 국제환경과 녹록지 않은 기업풍토 속에서 정상적인 기업의 활동을 최대한 보장하고 적극 지원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편법세습에 따른 족벌경영도 모자라 도덕성을 상실하고 물질에 대한 끝없는 탐욕과 타인에 대한 억압 및 착취로 서민을 분노케 하는 슈퍼 갑질에 대해서는 국가 미래와 사회통합을 위해 반드시 책임을 묻고 엄히 다스려야 할 것이다.

고성규 한국납세자연맹 부회장
#IMF#갑질#노블레스 오블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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