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이 밀었던 이주영 의원이 패배하자 친박계 의원들이 허탈해 하고 있다. 힘 한번 제대로 못 쓴 채 ‘비박’의 유승민 의원에게 예상보다 큰 19표 차로 무릎을 꿇은 탓이다.
경선 당일까지 이 의원을 지원했던 친박 의원들은 70표 정도는 확실하다고 생각해 동그라미로, 부동표로 본 30표를 세모 표시로 분류했다고 한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투표 의원 149명 중 65표를 얻는 데 그쳤다. 아군으로 봤던 의원 중 10여 명이 막판에 이탈한 것에 대해서는 배신감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지만 의원들은 강남에 따라가지 않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불길한 분위기는 경선 직전 주말에 어느 정도 감지됐다. 이주영 의원은 막판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설득이 가능하다고 본 친박성향의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아예 응답하지 않은 의원도 꽤 있었다는 것. 한 친박계 의원은 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새벽 1시에도 면담에 응한 의원들이 있었는데…”라며 “지금 친박이 있기는 있는 거냐”라고 푸념했다. 게다가 최소 5표는 직접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친박 핵심 중진 의원은 철저하게 중립을 지켰다고 한다.
친박 핵심 의원들의 조직적인 움직임도 별 효과가 없었다고 한다. 다른 핵심 중진 의원으로부터 이 의원 지원 ‘오더’를 받은 한 친박계 의원은 30여 명의 의원을 접촉하며 공을 들였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낙심한 그는 패배 다음 날 곧바로 지역구로 내려가 의정보고회에 전념하고 있다.
패배 원인을 놓고도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 추락하는 상황 자체가 불리했다는 것이다. “당이 국정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유 의원의 선거 전략이 내년 4월 총선에서 ‘박근혜 마케팅’으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의원들의 불안 심리를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다른 여당 의원은 “친박계의 지원을 받는 이 의원이 선거 초반에 유 의원과 제대로 대립 각을 세우지 못한 것도 원인”이라며 “게다가 러닝메이트로 정책위의장 후보가 된 친박계 홍문종 의원에 대한 일부 의원의 반감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인 홍 의원은 패배한 다음 날 다른 미방위 소속 여당 의원과 함께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을 둘러본다는 명목 등으로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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