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조심하세요’란 인사말이 어울리는 계절이 왔다. 일교차가 10도 이상 나는 환절기에 감기는 많은 사람들을 괴롭힌다.
온몸이 으슬으슬 춥고 떨리는 감기 초기, 우리는 흔히 콩나물국과 같은 따뜻하고 얼큰한 음식을 먹고 이불을 푹 덮고 땀을 쭉 흘리고 나면 감기 기운도 나아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처럼 얼큰한 음식을 먹고 땀을 쭉 빼는 방법이 초기 감기에 효과가 있다는 건 직접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실제로 초기 감기에 대한 한의학적 치료 원리인 ‘발한해표(發汗解表·땀을 내어 침입한 감기 기운을 밖으로 내보낸다는 뜻)법’은 뜨거운 콩나물국을 통해서도 구현 가능하다.
한의학에서는 주로 마황탕, 갈근탕, 마황부자세신탕 등을 이용해 환자에게 땀을 내게 했다. 하지만 약을 구하기 어려웠던 시절엔 콩나물국 같이 한의학 원리를 활용할 수 있는 음식을 통해 효과를 봤던 것이다.
최근엔 초기 감기에 활용하는 한방 감기약들의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마황탕의 경우 감기 초기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며, 갈근탕은 세포성 면역반응을 증강하며 항알레르기 작용을 하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또 마황부자세신탕은 항염증작용과 함께 항히스타민제와 같이 코막힘 증상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흔히 항히스타민제가 들어간 감기약을 먹으면 졸음이 쏟아지는 경우가 많은데 마황부자세신탕의 경우 마황의 에페드린 성분이 포함되어 졸림 증상 없이 코막힘 같은 증세를 해소할 수 있다. 다만 환자의 상태와 증상에 대한 정확한 감별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약을 복용할 경우 한의사와의 상담은 필수다.
한방 감기약들과 비슷한 원리를 지니고 있는 사우나, 찜질방, 족욕, 반신욕 등을 통해 땀을 내는 방법들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사우나와 찜질방의 경우 바로 쌀쌀한 외부 공기와 접촉하면 오히려 감기가 더 심해질 수 있다. 족욕이나 반신욕의 경우 감기 기운으로 인해 저하된 몸 상태를 고려하여 평소보다는 빨리 마치는 것이 좋다.
어젯밤 자신도 모르게 창문을 열어놓고 자거나 이불을 걷어차고 자 오전 내내 몸이 으슬으슬 떨리는 사람이 있다면 점심 메뉴로 얼큰한 콩나물 국밥을 추천한다. 단, ‘소주에 고춧가루를 풀어 마시라’는 이야기는 믿지 마시라. 고춧가루를 탄 소주는 감기를 더 심하게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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