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 된 딸을 둔 주부 이모 씨(38)는 흡연자인 남편이 아이를 안고 뽀뽀할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다. 물론 남편은 집안뿐 아니라 아이가 있는 데서는 절대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온 후엔 손을 닦고 양치질한 다음에야 아이 곁에 간다. 그래도 남편이 지나가면 항상 담배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이 씨는 “딸이 남편 옷에 얼굴을 비비기라도 하면 혹시 아이에게 나쁜 영향이라도 미칠 것 같아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2차 흡연은 흡연자가 피운 담배의 연기를 비흡연자가 마시는 것. 우리가 보통 ‘간접흡연’이라 부르는 것으로 그 위험성은 오랫동안 논의됐고 증명돼 왔다. 3차 흡연은 연기를 마시지 않고도 흡연으로 인해 발생한 담배의 독성 물질을 다양한 경로로 접하는 것. 즉 니코틴, 타르 등 담배의 독성 물질이 벽이나 가구, 옷, 장난감, 먼지 등에 붙어 있다가 인체와 접촉해 호흡기 등을 통해 흡수되는 걸 의미한다. 이런 3차 흡연도 1, 2차 흡연만큼 위험할까? 전문가들은 “그렇다”라고 강조한다.
이선영 건강증진개발원 금연정책기획팀장은 “2011년 미국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흡연자가 집안에서 흡연을 하지 않았는데도 흡연자 가정의 먼지 속 니코틴 농도는 비흡연자 가정에 비해 최고 21배까지 높고, 바닥과 벽면 등에서 최대 150배 많은 니코틴이 측정됐다”고 설명했다. 즉 흡연자가 몸이나 옷 등에 묻힌 니코틴이 온 집안에 축적될 수 있다는 것. 이렇게 쌓인 니코틴은 아이를 포함해 비흡연자인 가족에게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다.
2004년 미국에서 발표된 또 다른 연구를 보면 흡연자 가정의 신생아 소변에서 다량의 니코틴이 검출됐다. 이 연구는 신생아가 있는 가정을 △부모가 모두 비흡연자인 경우 △흡연자가 있으나 집에서 흡연하지 않는 경우 △흡연자가 집에서 담배를 피우는 경우 등으로 나눈 후 신생아 소변 속 니코틴 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흡연자가 있으나 집에서 흡연하지 않는 경우 비흡연자 가정에 비해 농도가 5∼7배 높게 나타났다. 물론 흡연자가 실내에서 흡연하는 경우 농도가 가장 높게 나왔다. 하지만 집안에서 흡연하지 않더라도 흡연자의 존재 자체로도 온 가족이 니코틴에 노출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요즘 담배 관련 예절이 강조되면서 아이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크게 줄었다. 하지만 담배를 피운 후 아무리 양치를 하고 손을 씻는다고 해도 부모 등 보호자의 흡연 자체가 아이를 3차 흡연에 노출되게 한다는 걸 의미한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어릴 적 담배와 접하면 폐 성장에 악영향을 미쳐 성인이 된 후 기관지염과 폐렴, 천식 등에 쉽게 걸리는 건 물론, 폐 관련 암과 감염병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며 “영유아 및 어린이 자녀를 뒀다면 본인뿐 아니라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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