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성장은 눈부시다. 그동안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관객은 무려 289만8470명.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지원한 영화 제작 프로젝트만도 442편이다.
예산 22억 원으로 치른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해 제19회 영화제 기준 약 123억 원 규모의 주목받는 국제영화제로 성장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한 영화는 312편, 자원봉사자는 849명, 전 세계에서 영화제를 찾은 영화인과 기자는 1만173명이었다. 자원봉사자 334명이 참여해 영화 169편을 상영했던 1회 때와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로 몸집이 커진 셈이다.
올해는 75개국 영화 304편이 상영되고, 이 중 94편은 월드 프리미어, 27편은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다. 나스타샤 킨스키, 틸다 스윈턴, 소피 마르소, 하비 카이텔, 자장커, 허우샤오셴, 레오 카락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등 세계 영화인들이 부산을 방문한다.
개막작으로는 이례적으로 신인 감독 작품이 선정됐다. 인도 모제즈 싱 감독의 ‘주바안’이다.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 성공을 꿈꾸며 대도시로 온 주인공이 대기업 총수의 휘하에서 일하며 성공가도를 달리다 삶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회의하게 된다는 줄거리다. 특히 주인공과 그의 아버지가 부르는 인도 시크음악이 귀를 사로잡는다.
폐막작으로 선정된 중국 래리 양 감독의 ‘산이 울다’는 2005년 루쉰문학상 수상작인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폐쇄적인 공간인 중국 산골마을에서 사냥용 폭약이 잘못 터지는 사고가 일어난다. 사고를 일으킨 마을 청년에게 마을 사람들은 사고로 남편을 잃은 청각장애인 아내를 돌보라고 주문한다.
이외에도 자장커 감독이 자신의 청년 시절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 신작 ‘산하고인’, 미국과 멕시코 사이 국경지대에서 벌어지는 마약과의 전쟁을 소재로 해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멕시코 영화계의 차세대 거장으로 불리는 미셸 프랑코 감독의 영화로 올해 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크로닉’,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동네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그린 ‘혼자’ 등이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꼽은 추천작이다.
한국 관객에게 사랑받았던 해외 스타가 새롭게 연기 변신을 한 작품도 있다. 쥘리에트 비노슈가 고통스러운 과거를 지닌 채 아들의 여자친구와 마주하는 주인공을 맡은 이탈리아 영화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 청순함의 대명사였던 소피 마르소가 사랑하는 남자를 도운 대가로 감옥에 갇힌 죄수 역을 맡은 ‘제일버드’ 등이다.
‘아시아 영화의 허브’를 표방해온 부산국제영화제는 20주년 기념 특별전 ‘아시아 영화 100’도 개최한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전 세계 감독, 평론가, 영화학자 등 전문가 73명에게 아시아 45개국에서 배출된 영화와 감독 중 각각 ‘베스트 10’을 꼽아 달라고 한 뒤 이를 합산해 선정했다. 동점을 받은 경우까지 포함하면 작품 113편, 감독 106명이 선정됐다. 1위 일본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동경 이야기’, 2위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 3위 인도 사티아지트 레이 감독의 ‘아푸 제2부-아파라지토’ 등이다. 1∼10위 작품 중 현재 리마스터링 작업 중인 ‘화양연화’를 제외한 작품 9편은 이번 영화제에서도 상영한다.
영화제 측은 “아시아 영화사 연구가 상대적으로 미흡한 상황에서 이번 투표로 숨은 걸작과 감독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아시아 영화에 대한 가치평가를 새롭게 해 나가고자 했다”며 “앞으로 100선에 포함된 작품의 시네마테크 판권과 디지털, 혹은 프린트 소스를 구입해 연구 활동을 위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작품 113편의 목록과 각 작품에 대한 영화평론가와 학자들이 해설이 담긴 책자도 발간된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은 “화려한 외양보다는 내실을 다지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제 20회 영화제를 준비했다”며 “올해 영화제를 발판으로 25회, 30회를 바라보며 더욱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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