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 MOVIE]“구마의식 신선” “이야기가 어설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5일 03시 00분


한국판 엑소시스트 영화 ‘검은 사제들’ 강동원-김윤석 주연

영화 ‘검은 사제들’은 장재현 감독이 지난해 연출한 단편영화 ‘12번째 보조사제’를 장편으로 바꾼 작품이다. 강동원(왼쪽)과 김윤석은 구마 의식을 행하는 신부로 나온다. 퍼스트룩 제공
영화 ‘검은 사제들’은 장재현 감독이 지난해 연출한 단편영화 ‘12번째 보조사제’를 장편으로 바꾼 작품이다. 강동원(왼쪽)과 김윤석은 구마 의식을 행하는 신부로 나온다. 퍼스트룩 제공
《 5일 개봉하는 영화 ‘검은 사제들’은 호불호가 갈릴 영화다. 한국영화로는 드물게 악마를 쫓아내는 구마(驅魔) 의식을 하는 가톨릭 사제들이 주인공이다. 미친 사람으로 낙인찍힌 김 신부(김윤석)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몸에 마귀가 깃든 영신(박소담)을 위해 구마 의식을 계획한다. 그리고 엄격한 심사를 거쳐 자신을 도울 조수로 최 신부(강동원)를 낙점해 실행에 옮긴다. 》
두 신부는 십자가와 성수뿐 아니라 프란체스코의 종, 영대(領帶) 같은 낯선 소품을 이용한다. 성경책을 펴놓고 ‘라틴어’로 기도문도 외운다. 영화에서 주로 무당의 굿을 봐오던 한국 관객에겐 낯선 광경이다.

‘한국판 엑소시스트’라고 불리는 이 영화에 대해 담당 기자들이 영화를 샅샅이 밝혀 보기 위한 ‘쌈 의식(?)’을 진행했다.

▽이새샘=강동원은 사제복 입어도 멋있더라. 아무리 배우라지만 처음부터 그런 인상을 주기 쉽지는 않을 텐데.

▽김배중=
‘얼굴의 완성은 패션’이라고 하던데 다 거짓말이야. 강동원 보면 그냥 패션이 강동원한테 신세지는 것 같아.

▽이=영화 초반 추리닝 입고 건들거리는 모습, 배낭 메고 돌아다니는 모습, 심지어 돼지를 안고 있는 모습도 귀여웠어. 강동원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어.

▽김=한국판 엑소시즘 영화 자체는 어때? 서양에선 엑소시즘 영화가 흔하지만 우리에겐 신선하지 않아? 이질적 소재를 ‘희생정신’ 같은 우리 정서로 보여주려 한 것 같아. 구마 의식을 행하는 곳인 서울 명동 골목의 허름한 집도 친숙하게 느껴졌고.

▽이=그렇다 해도 한국에서 구마 의식 소재 영화가 왜 만들어졌는지 이해가 안 가. 특히 40분 넘게 나오는 구마 의식 장면에 집중한 탓에 두 사람이 왜 그런 일을 하는지 설명도 부족했어.

▽김=영화 초반 제법 날라리같이 묘사된 최 신부가 후반에 거두절미하고 착한 사람으로만 나와서 아쉬워. 난 최 신부와 같은 1986년생 ‘범띠’인데 범띠가 영적으로 가장 민감하다는 설정도 설득력이 부족해.

▽이=두 사람이 왕래도 없이 전화만 하다가 거사 치르는 날 처음 만나는 거나 그 하루 만에 최 신부가 갑자기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성장하는 것도 뜬금없고.

▽김=구마 의식에 가장 필요한 ‘프란체스코의 종’이 택배 배송되는 것도 황당하긴 해.

▽이=두 신부가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모습에 시간을 더 할애하거나 종과 같은 성물을 몸소 찾으러 떠나는 여정이 그려졌다면 어땠을까. 힘을 합쳐 구마 의식을 할 때 감정의 깊이가 느껴지지 않았을까.

▽김=그렇다면 건질 건 배우라고 해야 하나. 연기는 어땠어?

▽이=인물 설정이 아쉬웠어. 김 신부는 평면적인 캐릭터고 최 신부의 개에 관한 트라우마는 진부했고. 인물의 숨겨진 천재성이 드러나거나 반전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김=두 남자보다 박소담 연기가 기억에 남지 않아? 귀신 들려서 내뱉는 라틴어, 중국어의 목소리 톤이 완전 달라 더빙한 줄 알았는데 100% 자기 목소리라 하더라고.

▽이=징그럽다고 느껴질 정도로 자기 자신을 다 내려놨어. 그래도 여배우인데, 다음 작품에선 예쁘게 나올 수 있는 역을 맡으면 좋겠어.

▽김=영화 끝에 나오는 그레고리안 성가가 마음속에 잔잔하게 울려. 이야기 전개는 아쉽지만 믿음 주는 배우가 있고 볼거리는 있는 영화야.

김배중 wanted@donga.com·이새샘 기자 
#검은 사제들#강동원#김윤석#박소담#구마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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