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도 태양처럼 매해 뜨고 지길 반복한다. 일 년 중 해가 가장 높이 뜬다는 패션계의 하지(夏至)! 새 시즌을 맞이하기 전 우리가 알아야 할 2016 S/S 패션 트렌드 전망. 좀 괴짜 같고 기괴해도 멋쟁이답게 받아들일 것.
우리 할머니가 달라졌어요
패션 하우스에서 이상 징후가 감지된 건 작년 가을. 과장된 힙합 스타일과 미니멀한 패션에 싫증이 난 디자이너들이 할머니 옷장에서 꺼내 입은 듯 늙수그레한 그래니 룩(Granny Look)을 우수수 쏟아내기 시작했다. 1970년대 소녀들이 자신들의 할머니 세대 패션을 글래머러스하고 세련되게 재해석한 그래니 룩이 이번 시즌 제대로 ‘포텐’을 터트릴 전망. 레트로 감성이 가득한 플라워 패턴과 넘실거리는 롱 플레어스커트, 나지막한 미들 굽 힐과 돋보기 안경, 낡은 보석함에서 꺼낸 빈티지 브로치까지 모두 이번 시즌 축약된 트렌드 아이템이다. 세대의 경계를 보기 좋게 허물며 유행의 총알탄을 알린 그래니 룩. 할머니의 웃음처럼 편안하게 받아들여 보자!
마카롱 한 입 베어물고
미국의 색채 전문 기업인 팬톤이 선정한 올해의 대표 트렌드 컬러는 세레니티와 로즈쿼츠! 마카롱 한 입 베어 물은 듯 달콤하고 감미로운 파스텔 컬러가 유행을 예고 중이다. 리본, 프릴, 레이스, 러플 등 여성스러움을 한껏 부각시킨 ‘공주과’ 룩에 손발이 오그라드는 패피라면, 디자이너들의 캣워크 스타일에서 팁을 얻자. 트루사르디는 파스텔 컬러에 베이지, 캐멀 등 모노톤을 매치해 도회적이고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쉬시와 록산다는 미니멀 재킷과 스니커즈를 매치해 파스텔 컬러가 가진 여성성을 중화시켰다. 조나단 선더스 역시 패턴을 가미해 레트로 무드로 방향을 틀었다! 이 정도면 주저할 이유가 없다.
스타일리시한‘집순이
‘집순이’들의 전유물인 홈웨어가 일상을 파고 들기 시작했다. 화려한 패턴의 실크 파자마와 나이트가운, 섹시한 슬립 드레스 등 지극히 사적인 홈웨어를 트렌드 전면에 내세운 디자이너들! 슬립에 오버사이즈 카디건을 걸치고 런웨이를 느긋하게 걷는 캣워크 모델을 보시라. 파자마에 매니시한 재킷 하나만 걸쳐도 이번 시즌 트렌드를 다 가진 듯 든든하다. 좀 더 캐주얼한 무드를 원한다면 스니커즈와 매치할 것. 수고스럽게 꾸미지 않아도 어딘지 시크하고 농염한 이 일탈의 멋을 다 함께 즐겨보자.
껄렁한 언니들처럼
트렌드를 빠르고 정확하게 짚어내는 패피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스카쟌’. 스카쟌은 실크 점퍼에 독수리, 호랑이, 용 등 동물 문양을 문신처럼 새겨 넣은 옷이다. 일본 요코스카에서 근무하던 미군 병사들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국으로 돌아가면서 장인들에게 오리엔탈 자수를 놓은 점퍼를 만들어달라고 의뢰하면서 유행이 시작됐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이병헌이 입고 나온 불량스러운 점퍼를 기억한다면 이해하기 쉬울 것. 매 시즌 새로운 스카쟌을 선보이기로 유명한 생 로랑 외에도 이번 시즌엔 구찌, 발렌티노. 이자벨 마랑, 드리스 반 노튼, 루이비통 등 선 굵은 디자이너들이 스카쟌 찬양에 동참했다. 기존의 ‘센’ 캐릭터 대신 팬더, 유니콘, 꽃 등 여성스런 모티프와 색감을 가지고! 슈트와 드레스, 니트 소매, 스커트 하단 등 스카쟌 디테일을 찾는 재미가 쏠쏠. 원피스나 치마와 함께 매치하면 불량스런 이미지를 중화시킬 수 있으니 겁먹지 말고 도전해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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