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왜 여섯 명의 아기를 사다 길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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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2월 24일 09시 41분


충청남도 논산에 사는 한 20대 여성이 여섯 명의 아기를 사다가 기른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경찰은 “모성애 때문” 이라며 이번 사건을 ‘단순 매수’로 결론 내렸다. 정말 모성애만으로 이게 가능한 일일까?

“엄마가 되고 싶었다.”

얼마 전 충남 논산에서 영아 매매 혐의로 구속된 임모(23) 씨 얘기다. 경찰 조사 결과 임씨는 지난 2014년 3월부터 아이를 기를 형편이 안 되는 여성들로부터 돈을 주고 아기들을 데려다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러니한 것은 임씨의 형편도 그리 넉넉하지 않았다는 것. 임씨는 80대 고령의 할머니,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21세 남동생과 함께 사는 미혼 여성이었다. 임씨의 기행이 포착된 것도 기초생활수급자인 임씨 가정을 돌보는 논산시 공무원의 제보를 통해서였다.

경찰이 파악한 임씨의 범행 정황은 이렇다. 인터넷 게시판에서 ‘아이를 낳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글을 본 임씨가 산모에게 직접 만남을 제안해 병원비와 위로금을 건네고 아기를 데려왔다. 부산과 구미, 대구, 대전, 인천, 평택까지 지역은 다양했으며 아기 한 명당 40만~1백50만원가량의 돈을 건넸다. 임씨가 이렇게 사다 기른 아기는 무려 여섯 명. 이 중 세 명은 임씨가 직접 키웠고, 한 명은 자신의 고모에게 보냈으며, 나머지 두 명은 생모 등의 요구로 다시 돌려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임씨와 그 가족을 비롯해 임씨에게 아기를 판 산모 등 여덟 명이 처벌을 기다리는 상태다.

모성애만으로 이게 가능한 일일까?

문제는 범행 동기였다. 임씨를 비롯해 이번 범행에 가담한 임씨의 가족들은 “아기를 기르고 싶었을 뿐 악의적인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 체포 당시 임씨가 기르던 생후 24개월 안팎의 남자 아기 두 명과 여자 아기 한 명은 건강 상태가 양호했고 학대 흔적도 없었다.

임씨가 정부 지원금을 늘려 받기 위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현재 논산시에서는 ‘양육보조금’ 명목으로 아기를 기르는 가정에 매월 정해진 금액을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11개월 미만인 아기에 대해서는 매달 20만원, 12~23개월 미만 아기에 대해선 매달 15만원, 24~44개월 미만 아기에 대해선 매달 10만원씩 지급한다. 고령의 할머니가 받는 기초노령연금과 기초생활급여까지 합산하면 임씨 가정은 매달 1백20만~1백30만원가량의 정부 보조금을 받아온 셈이 된다. 하지만 아기를 판 사람이 다시 돌려받기를 원했을 때 임씨가 자신이 건넸던 돈도 돌려받지 않고 아기를 보내준 정황을 보면, 정부 보조금을 위해 아기들을 사다 길렀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경찰은 정확한 범죄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범죄행동분석관(프로파일러)을 투입했다. 이를 통해 드러난 것은 바로 임씨의 가슴 아픈 과거였다. 임씨의 어머니는 그녀가 초등학교 2학년 무렵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엄마의 빈자리를 아버지와 할머니가 채워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녀는 엄마 있는 친구들이 늘 부러웠다. 임씨는 어려서부터 강아지나 고양이를 많이 기르며 마음속 공허함을 채워나갔다. 남들보다 유달리 큰 모성 본능이 마음 깊은 곳에 자리했던 것이다. 임씨의 지능지수는 70~84 수준. 일상생활에는 큰 무리가 없지만 일반인들보다 사회성은 조금 떨어지는 경계선 지능이다. 게다가 초등학교 시절 겪은 불미스러운 일로 이성과의 교제 역시 어려웠다고 한다. 그러던 중 임씨는 TV 방송을 통해 미혼모들의 이야기를 접하게 됐다. 버려지는 아기들을 보며 자신이 그들의 엄마가 돼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 아기들에게 자신의 아픈 과거를 대입하며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하려 한 것이다. 그렇게 만난 아기들에게 임씨는 이름을 지어주고 돌잔치를 열어주는 등 자신이 꿈꾸던 엄마의 역할을 했다. 경찰은 “어린 시절 어머니를 병으로 일찍 여읜 임씨가 모성애를 경험하지 못한 나머지 아이를 지나치게 동정하고 애착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선의에 의한 것이었을 뿐 다른 목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단순 매수 사건’으로 결론 내렸다.

모성애 없는 생모 vs. 엄마가 되고 싶었던 임씨

임씨의 사연이 알려지자 그녀에 대한 동정 여론도 확산됐다. 어떤 악의도 없었던 순수한 마음 때문에 형사처벌까지 받는다는 건 너무 과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사건을 담당한 논산경찰서 전우암 수사과장에 따르면, 경찰에서 조사를 받는 중에도 임씨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아기들을 걱정했다고 한다. 더 이상 자신이 아기들의 엄마가 아니라는 현실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고 한다.

하지만 임씨가 처벌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범행 동기에 악의는 없다 하더라도 영아를 두고 돈을 거래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 현행 아동복지법에선 ‘정당한 권한을 가진 알선기관 외의 자가 아동의 양육을 알선하고 금품을 취득, 요구, 약속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하고 있다. 임씨는 이 법에 의해 형사처벌을 받게 되고, 데려온 아기들을 임씨의 호적에 올리도록 도와준 임씨의 남동생과 사촌 여동생, 고모 등 세 명은 공정증서원본 부실기재 혐의로 처벌받게 된다.

임씨와 임씨의 고모가 키우고 있던 네 명의 아기들은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보내진 상태다. 안타까운 현실은 현재까지 밝혀진 생모들 중에서 아기를 다시 데려가 키우겠다고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생모 넷 중 셋은 미혼모인 데다 나머지 한 명은 외도로 아기를 낳은 상황이기 때문. 이들이 임씨에게 아기를 건넬 당시 먼저 금품을 요구한 사실은 더 큰 충격을 안겨준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 아기를 내다 판 생모와 이상을 그리며 아기들을 데려온 임씨. 양쪽 모두 우리 사회의 씁쓸한 뒷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더한다.

mini interview
▼ 논산경찰서 전우암 수사과장이 만난 임모 씨 ▼

▼ 수사 과정에서 아기들에 대한 임씨의 애착은 어느 정도였나?

처음 경찰에 붙잡혀 왔을 때부터 줄곧 눈물을 보였다. 왜 그랬냐는 경찰의 질문에 “아기들이 너무 예뻐서 내가 키우고 싶었다”고 대답했다. 사실 처음 그 답변을 들었을 땐 아가씨가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다른 동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추궁했으나 그녀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프로파일러들의 심리 분석 내용을 듣고 나서야 왜 그녀가 아기들을 그렇게 키우고 싶어했고, 수사 과정에서 눈물을 보인 이유가 이해가 가더라.

▼ 경찰이 처음 임씨를 체포했을 때, 어떤 모습이었나?

굉장히 열악한 환경에서 아기들을 키우고 있는 것 같았다.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아기들이 하나같이 양말도 안 신은 채였고, 옷도 허름해 보였다. 물론 수사 과정에서 학대의 정황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자신의 처지나 상황이 열악한데도 불구하고 아기를 키우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아기를 사다 키운 건 임씨의 섣부른 욕심이지 않았나 싶다.

▼ 여섯 명의 아기들은 앞으로 어떻게 되나?

생모 넷을 찾았지만 다시 데려가 키우겠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임씨가 돌려주었다던 부산에 있는 아기도 찾았지만 현재 생모가 아닌 제3자가 키우고 있어 생모의 행방을 알아보는 중이다. 이 아기 역시 네 명의 아이들과 함께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위탁했다. 이제 임씨가 돌려준 또 다른 아기와 생모의 행방을 찾는 일이 남았다.

▼ 임씨가 아기들을 맡아 기를 수도 있나?

영아 매매 사실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현재는 검찰로 송치된 상태다. 아무리 악의가 없었다고 해도 법을 어긴 것은 사실이지 않나.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임씨는 내내 아기들을 키우고 싶어했지만 실질적으로 그렇게 될 확률은 거의 없다.

글 · 정희순 | 사진 · REX | 디자인 ·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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