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아홉이란 나이가 무색하다. 그를 빛나게 하는 건 세월을 비껴간 외모만이 아니다. 평소 더할 나위 없이 소탈하지만 작품에만 들어가면 온 신경을 캐릭터에 쏟는 완벽주의야말로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원동력인지 모른다. 럭셔리 이미지에서 탈피, 액션 퀸으로 환골탈태를 꿈꾸는 그의 멋진 도전.
데뷔 초반에만 반짝 빛나는 배우가 있는가 하면, 세월이 갈수록 더 빛을 발하는 배우도 있다. 지난해 MBC 드라마 〈여왕의 꽃〉으로, 데뷔 후 처음 단독 주연의 꿈을 이룬 데 이어 3월 5일부터 방송되는 SBS 드라마 〈미세스 캅2〉에서도 타이틀 롤을 맡은 김성령(49)은 후자의 대표적인 스타로 꼽힌다.
지난해 방영된 〈미세스 캅〉의 시즌2인 〈미세스 캅2〉는 경찰로는 100점이고 엄마로선 빵점인 아줌마 형사의 활약을 그린다. 국내 지상파 드라마가 ‘시즌’제를 도입한 건 이번이 처음. 김성령은 〈여왕의 꽃〉 종영 직후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차기작은 비중을 떠나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이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세스 캅2〉는 그런 잣대로 선택한 작품이었을까.
“온전히 즐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어요. 시즌1이 잘된 만큼 시청자들의 기대치가 높아져 있다는 게 부담이 됐거든요. 그런데 제 나이에 언제 또 액션 연기를 해보겠어요. 내용도 시즌1 못지않게 재밌고, 제가 맡은 캐릭터도 시즌1의 ‘미세스 캅’ 김희애 씨와는 많이 달라요. 김희애 씨가 화장기 없는 내추럴하고 털털한 형사였다면, 저는 패션을 중요시하고 된장녀 기질이 다분한 ‘캅’이에요. 감독님이 헤어를 와인 컬러로 염색하고 네일은 검정으로 칠하라는 특별 주문을 하실 정도로요. 하하.”
유능하지만 허당인 캐릭터와 잘 맞는 이유
형사 역은 그에게 처음이 아니다. 영화 〈표적〉에서도 정의감이 투철하고 따뜻한 심장을 가진 형사로 분한 적이 있다. 하지만 〈미세스 캅2〉에서 그가 맡은 강력팀장 고윤정과는 달랐다. 고윤정은 미국 FBI 연수를 마치고 온 미모의 형사로 “굉장히 유능하지만 언뜻 보면 허당 기질이 있는 캐릭터”라고 한다.
“시놉시스를 본 주변 사람들이 그냥 딱 저라고, 연기랄 것도 없이 있는 그대로 하면 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미국 뉴욕에서 인상학을 전공하고 와서 후배들이 범인을 잡아오면 조사도 안 하고, ‘쟤는 범인 아니야. 내보내. 저렇게 생긴 애가 어떻게 범인이야?’ 그러거든요. 시즌1에 출연했던 김민종 씨, 이번에 저와 함께 합류한 손담비 · 임슬옹 · 김범 씨와 호흡을 맞추는데 무척 재미있는 조합이 될 것 같아요.”
형사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그는 액션 스쿨에 다니고 있다. 필라테스와 마이크로 스튜디오 운동을 병행하며 날렵한 보디 라인을 만드는 데도 각별한 공을 들인다.
“마이크로 스튜디오 운동은 전류가 흐르는 조끼를 입고 근육에 깊은 자극을 주는 건데, 일주일에 한 번 20분 정도 해요. 필라테스는 일주일에 한 번 하다가 요즘은 세 번씩 하고 있어요. 〈미세스 캅2〉 방영 시작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요. 그렇다고 살을 빼려고 애쓰진 않아요. 워낙 잘 먹기도 하거니와, 살을 빼면 얼굴이 상하고 체력이 달린다는 걸 〈여왕의 꽃〉을 통해 경험했거든요. 그래서 살은 함부로 빼기가 겁나요.”
결혼 후 두 아이를 낳았는데도 지금까지 탱탱한 피부를 유지하는 또 다른 비결은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부터 꾸준히 신경을 쓴 덕분이라고 말한다. “임신 중 체중이 갑자기 불어나면 살이 트게 마련인데, 기능성 크림을 10년 넘게 발라서인지 튼 살이 전혀 없다”는 것.
그는 10년 전부터 연축성 발성장애를 앓고 있다. 발성 기관인 후두의 근육들이 반복적으로 불규칙한 경련을 일으켜 목소리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이다. 그 때문에 피로가 쌓이면 목소리가 잠기고 고음을 내기가 어렵다는 그는 〈미세스 캅2〉에 소리 지르는 장면이 있어 목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건강을 위해 보양식이나 영양제를 따로 챙겨 먹지는 않는다.
“집에 약이 엄청 많아요. 나이 드니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몸에 좋다는 약이 있으면 사다놓는데 자꾸 먹는 걸 까먹어요. 평소 가방에 약통을 넣어갖고 다녀도 비타민 C 하나조차 챙겨 먹지 않아요. 왜냐면 제가 물을 잘 안 마시거든요. 그래도 체력이 참 좋다는 이야기를 곧잘 들어요. 뭐든 잘 먹거든요. 여배우들은 보통 촬영하는 도중에는 예민해져서 잘 먹지 않는데 저는 먹어야 해요.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촬영 현장에서 제가 버틸 수 있는 힘인 것 같아요.”
현재를 즐기는 영원한 언니
살 빼는 걸 두려워하고, 비타민도 챙겨먹지 못하는 성격에, 물도 많이 마시지 않는다는 그는 아무래도 무섭게 몸을 관리하는 일반적인 미녀 스타들과는 전혀 다르다. 아무래도 꾸밈없고 소탈한 성격이야말로 그가 건강과 동안을 지키는 비결인 듯하다. 하지만 일할 때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극 중 캐릭터에 맞추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예민해진다고 한다. 그럴 때는 음악을 듣거나 책에 나오는 좋은 글귀를 마음에 새기며 평정심을 찾는다고.
“그래도 스트레스를 푸는 데는 마음 맞는 친구들 만나서 맛난 음식 먹으며 수다 떠는 게 최고예요. 어디론가 훌쩍 떠나는 여행도 스트레스 해소에 좋지만 일에 쫓길 때는 엄두를 내기가 힘들어요. 이번 드라마 끝나면 여행 한번 가야죠.”
그동안 그는 작품이 끝나면 패션 화보를 찍으러 해외에 가는 것으로 여행을 대신해왔다.〈여왕의 꽃〉이 끝난 직후에도 싱가포르로 화보 촬영을 다녀왔다. 당시 그는 두 아들을 데려갔다. 유학을 원하는 큰아이가 직접 현지 여건을 살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된 큰아들의 진로는 결정했을까.
“아이가 싱가포르로 가기를 원치 않아서 괌으로 유학을 보냈어요. 현지 외국인학교도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서너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이 끌리더라고요. 무슨 일이 생기면 촬영 중이라도 시간을 내서 다녀올 수 있는 거리니까요. 아이도 빨리 적응했어요. 처음에는 ‘외롭다, 엄마 보고 싶다’고 하더니 점점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횟수가 줄더라고요. 저도 얘를 보내놓고 어떻게 사나, 했는데 지춘희 선생님이 ‘유학 보내도 애들 충분히 봐. 자주 나오거든’ 그러시더라고요. 그런데 요새 그 말에 공감하고 있어요.”
설 연휴를 맞아 집에 돌아온 큰아들은 동생과 아빠가 있는 부산으로 차례를 지내러 갔다. 하지만 결혼 후 한 번도 차례에 빠진 적 없는 김성령은 드라마 준비로 동행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쓸쓸할 뻔한 2월 8일, 그의 생일은 촬영할 때마다 그의 손발이 돼주는 지인들이 챙겨줬다.
우리 나이로 치면 쉰. 하늘의 뜻을 알게 된다는 지천명의 나이가 된 그는 “아직 하늘의 뜻을 깨닫지 못했다”면서 “철이 덜 들었다.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소리를 듣는 것도 철이 덜 들어서일 것”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현재를 즐기는 ‘영원한 언니’ 김성령. 새해를 맞아 그는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새해를 맞으며 ‘환골탈태’라는 사자성어를 제 SNS에 적었어요. 배우로서 편안하고 익숙한 환경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거듭하고 싶은 바람을 담아서요. 지금은 형사에 대한 고정관념을 날려버릴 〈미세스 캅2〉가 잘되길 바랄 뿐이에요. 환골탈태의 기쁨을 맛볼 수 있도록요.”
글 · 김지영 기자 | 화보 진행 · 안미은 기자 | 사진 · 목나정(MOKENAJUNG) | 디자인 · 김영화 헤어 · 홍지선(브랜드엠) | 메이크업 · 이경은(브랜드엠) | 스타일리스트 · 마연희 제품협찬· 데무 유니클로×르메르(02-3442-3087) 레하by디누에(02-3444-4756) 앤디앤뎁 엠주 클럽모나코(02-3447-7753) L°21(02-547-5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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