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몰카, 전신 찍으면 무죄? 이재만 변호사의 여성 로스쿨

  • 여성동아
  • 입력 2016년 3월 23일 11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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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한 해 동안 발생한 몰카 범죄는 8천여 건. 이는 10년 전에 비해 25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숙박 업소부터 지하철, 버스, 수영장 등 공공장소에 이르기까지 만연해 있는 몰카범들. 문제는 몰카 범죄라도 법원에 따라 조금씩 다른 판결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경계가 모호한 몰카 성범죄의 처벌, 그 기준을 살펴봤다.

Q 얼마 전 지하철 객차 안에서 휴대전화로 여성들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던 남성이 다른 탑승객들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휴대전화 속에는 저를 포함해 여성들의 가슴과 다리 부분 등이 집중적으로 찍힌 사진 수십 장이 저장돼 있었습니다.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정도 수위의 몰카범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무죄로 풀려날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몰카범에 대한 정확한 양형 기준과,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다면 민사소송을 통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알려주세요.


A
몰래카메라에 대한 처벌을 규정한 법은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이하 성폭력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입니다. 문제는 어디까지 몰카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설정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만약 기준을 너무 좁게 잡는다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몰카 촬영을 방관하게 되는 것이며, 반대로 기준을 너무 넓게 잡으면 일반적인 풍경 사진이나 거리 사진 등도 몰카로 간주하고 처벌하게 돼 억울한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법률상 몰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리는 기준을 제시한 것은 2008년 대법원의 판결입니다. 당시 재판부는 마을버스 안에서 휴대전화 카메라로 옆에 앉아 있던 18세 여성의 다리를 촬영한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교사에게 유죄를 선고했는데, 이때 ‘피해자의 옷차림, 노출의 정도, 촬영자의 의도, 촬영 장소와 촬영 각도, 특정 신체 부위의 부각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촬영한 부위가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한다’는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다양한 판결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통행이 자유로운 개방된 장소인 지하철 등에서 촬영된 경우, 찍힌 사람의 복장이 선정적이거나 노출이 심하지 않은 경우, 사진이 특수한 부위를 부각하지 않고 전신을 찍은 경우, 특정한 각도가 아닌 눈높이 정도의 각도에서 촬영한 경우 등에 대하여는 설령 다른 여성의 신체를 동의 없이 찍었다고 해도 몰래카메라로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한 남자가 미니스커트나 핫팬츠 등 짧은 옷차림을 한 여성들의 사진을 수십 장 찍은 사건에 대해, 특정 부위인 다리만 찍은 사진에 대해서는 유죄를, 전신을 찍은 사진에 대해서는 무죄를 판결한 사례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의뢰인께서 찍힌 사진을 살펴보면, 가해자가 공공장소인 지하철에서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은 몰카 인정에 불리한 요소인 반면 다리나 가슴 부분을 부각하여 찍었다는 점은 몰카 인정에 유리한 요소라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성폭력특례법으로 처벌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민사상 초상권 침해 및 이에 따른 정신적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만약 몰카가 여러 곳에 유포되었다면, 이에 대해서도 초상권 침해를 이유로 배포 등을 금지할 것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사진이 초상권을 얼마나 침해하였는지, 얼마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였는지에 따라 청구 금액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므로,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재만 변호사
법무법인 청파 대표 변호사.
‘리틀 로스쿨’ ‘주니어 로스쿨’ ‘진심은 길을 잃지 않는다’의 저자.

기획 · 김명희 기자 | 글 · 이재만 변호사 | 사진 · REX | 디자인 · 이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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