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뒤 첫 회동 후인 23일 ‘당권’ 다른 말… 아슬아슬한 문재인-김종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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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총선 이후]문재인 “당대표 할 생각 말아야” vs 김종인 “다시는 단둘이 안만날것”
당권 합의추대 싸고 미묘한 신경전… 일각 “전대 연기로 절충점 찾을듯”

문재인 前 대표
문재인 前 대표
김종인 대표
김종인 대표
더불어민주당의 사실상 ‘최대 주주’인 문재인 전 대표와 ‘거물급 최고경영자(CEO)’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오월동주(吳越同舟·서로 반목하면서도 이해관계에 따라 함께하는 것)가 파열음을 내고 있다. 차기 대권 기반인 당 대표를 놓고 두 사람의 이견이 수면으로 떠오르면서 당권 구도도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 文-金, ‘당 대표’ 놓고 엇갈린 발언


두 사람은 22일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4·13총선 이후 첫 만남이다. 양측 모두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반주를 곁들여 식사를 했다”고 했다. 그러나 양측의 설명이 같은 점은 딱 여기까지다.

두 사람은 차기 당권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했다. 문 전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김 대표에게 “비대위가 끝난 뒤에 당 대표를 할 생각은 않는 게 좋겠다. 당 대표를 하면 상처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상황에서 (김 대표의) 합의 추대는 전혀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경선은 또 어떻게 하실 수 있겠나”라고 전했다고 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문 전 대표가 ‘혹시 (당 대표 경선) 출마를 하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말해 전혀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고 반박했다. 또 추대나 경선 등에 대해 “내가 관여할 바 아니니까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 文-金 ‘밀당’ 왜?


손혜원 당선자는 트위터에 “(문 전 대표와 김 대표는) 좋은 사이도 아니지만 나쁜 관계도 아니다”라고 적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완전한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둘 다 각자 원하는 바를 위해선 상대방의 존재가 꼭 필요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는 얘기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문 전 대표는 지지 기반의 외연 확대 등을 위해 ‘경제민주화’의 상징인 김 대표가 필요하다. 문 전 대표 측이 24일 ‘김종인 당 대표’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김종인 비토’가 아니라 김 대표의 뜻에 따른 것”이라고 밝힌 이유다. 다만 더민주당의 대선후보 판도에 막강한 영향력을 쥔 당 대표로 추대하기보다는 예우를 갖추되 ‘수권비전위원장’으로 자신을 지원해주기를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반면 2012년 대선 때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지만 사실상 ‘팽’당한 김 대표는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뜻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의 수권비전위원장 언급에 “들어본 적도 없다”고 일축한 것도 그 때문이다.

또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문 전 대표 외에도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 대선후보가 여러 명 있다고 말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한마디로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에 자신의 역할을 제한할 뜻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대선까지 하나로 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지 (문 전 대표 등이) ‘당 대표를 하라 마라’ 하는 건 옳지 않다”고 했다. 김 대표는 “다시는 문 전 대표와 단둘이 만나지 않겠다”고 불쾌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전대 연기론’으로 일단 타협?

당내에서는 결국 양측이 ‘전대 연기론’으로 절충점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범친노 진영의 김진표 당선자 등은 “계파 간 갈등이 뻔한 전대를 미루고 민생을 먼저 챙기자”고 주장했다. 한 당직자는 “어차피 올해 말 이후 대선 후보가 정해지면 당은 후보 중심으로 운영된다”며 “7월에 전대를 개최할 경우 예상되는 후유증도 피하고, 두 사람 사이의 갈등도 일단락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다만 전당대회 연기는 후보자들의 반발이 변수다. 송영길 당선자는 일찌감치 당 대표 경선 출마 의사를 밝혔고, 김부겸 당선자와 박영선 이인영 의원 등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총선#회동#문재인#김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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