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곤의 실록한의학]순조의 신경성질환 진정시킨 ‘감맥대조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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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정조의 둘째 아들인 순조(1790∼1834)는 ‘왕비 권력’에 포위돼 한평생을 불행하게 살았던 나약한 군주였다. 열한 살 때(1800년) 왕위에 오른 뒤 영조의 계비 정순왕후의 수렴청정이 있었고 이후엔 장인 김조순의 섭정이 시작됐다. 한평생 기를 못 펴고 산 순조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각종 신경성 질환에 시달렸다.

초기엔 편두통이 그를 괴롭혔다. 재위 10년 들어서 “귀 주변이 아프면서 당긴다”며 처방을 요구하는 기록이 자주 보인다. 이는 편두통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 증상이다. 형개연교탕을 다섯 첩 복용한 뒤 귀의 증상은 호전됐지만 마음의 병은 더욱 깊어 갔다.

다음 해인 재위 11년, 신하들은 20대 청년 순조에 대해 “전좌(殿座)하는 일이 잦다”고 나무란다. ‘전좌’란 앉아서 가만히 있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불안 증세. 당시 좌의정 김재찬이 “전하는 잠시도 앉아 있지 못하십니다”라고 대놓고 꾸짖자 겁먹은 순조는 “마음에 화기(火氣)가 있기 때문”이라고 털어놓는다.

마음의 화기는 청각과민증에 어지럼증, 소화불량, 불면증 등 신경성 질환의 각종 증상을 불러일으켰다. “(다른 사람이) 걸어 다니는 소리조차 듣기 싫다”, “몸에 땀이 나고 숨이 차며 입맛이 달지 않아 수라를 잘 먹지 못한다”, “정신이 몽롱하다”고 호소하는 순조에게 조선의 관리들은 휴식이나 놀이 대신 참을 인(忍)자 공부를 강요했다. 그들의 성리학적 ‘수양론’은 왕의 병을 더욱 악화시켰다. 이때 처방된 약들은 귀비탕, 감맥대조탕, 가미소요산인데, 이들은 모두 여성의 우울증이나 히스테리 증상을 치료하는 대표적 약물이다.

이 중 현대인도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감맥대조탕은 가벼운 불안증을 없애는 데 효과적이다. 여기에 들어간 감초와 대추, 밀의 단맛은 마음을 진정시키는 기능을 한다. 우선 감초는 부드럽고 달콤한 맛으로 긴장된 마음을 이완해 준다. 밀도 분하고 답답한 마음을 확 풀어준다. 대추의 붉은색은 불(火)을 상징하고, 끈적거리는 진액은 흙(土)을 상징한다. 스트레스는 기를 머리로 밀어 올려 뜨겁게 함으로써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불안함을 조장한다. 그런데 대추는 몸에 부족한 진액을 보충해 기를 강화하고 다리로 내리는 작용을 한다. 따라서 불안한 마음이 자연스럽게 주저앉으며 안정을 찾게 된다. 감맥대조탕은 물 2되(3.6L)에 감초 40g, 밀 세 홉(540mL), 대추 7알을 넣어 물이 절반이 될 때까지 달인 후 하루 3번 나눠 먹는다.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감맥대조탕#신경성질환#화기#청각과민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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