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곤의 실록한의학]‘무자식’ 경종의 오줌발과 정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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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소변보는 빈도가 잦으면 정력이 약하다는 얘기는 과연 진실일까. 한의학에서는 빈뇨가 양기와 관련이 깊다고 본다. 조선 임금 중 빈뇨 증상에 시달렸던 경종(1688∼1724)은 실제 36세의 나이로 세상을 뜰 때까지 자식이 없었다. ‘승정원일기’에는 숙종 34년 2월 10일 세자였던 경종의 빈뇨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육미지황환’을 처방한 기록이 보인다.

남자가 시원하게 소변을 보려면 음(陰)적인 면과 양(陽)적인 면이 구비돼야 한다. 음적인 면으로 보면 소변이 나오는 통로인 요도에 음액이 충분해야 오줌이 매끄럽게 나온다. 인체의 눈, 코, 귀, 입 등 모든 구멍에서 점액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 전립선이라고 할 때 한자 선(腺)은 고기 육(肉) 자와 샘 천(泉) 자가 합쳐진 것이다. 말 그대로 몸속의 샘이다. 강둑에 물이 흐르면 차츰 강둑 주변이 침식되듯, 요도에도 오줌물만 흐르면 주변 상피 조직이 손상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우리 몸은 오줌물이 나가기 전 액을 샘처럼 분비해 소변이 매끄럽게 나가도록 도와준다. 기름기가 섞여 미끈거리는 액이 윤활유 구실을 하는 것. 이런 액을 보충하는 처방이 육미지황탕 계열이다.

빈뇨 증상은 양적인 측면에서 원인을 찾는다. 방광에 고이는 소변은 36.5도로 부글부글 끓여야 정상적으로 배출되는데, 양기가 약해지면 방광은 자신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차가운 소변을 자주 밀어낸다. 소변은 물총처럼 압축된 힘에 의해 몸 밖으로 배출된다. 따라서 짜내는 힘이 약하면 나가던 물이 다시 밀려 들어와 잔뇨감이 생기고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게 된다. 한의학은 바로 소변을 데우는 힘과 짜내는 힘, 그리고 발기력을 합쳐서 통칭 ‘양기’라고 한다. 남성의 오줌발은 이렇듯 양기와 연관이 깊다. 경종에게 처방된 약은 방광을 데우기 위한 것으로 계피, 부자 등 몸을 뜨겁게 하는 약재가 주재료다.

필자는 최근 뉴욕에서 찾아온 환자와의 대화에서 의미 있는 치료법을 발견했다. 평소엔 야간 빈뇨로 고생하지만 골프를 치고 온 날은 신기하게도 밤에 한 번만 화장실에 간다고 했다. 해답은 바로 ‘근육’에 있었다. 인간의 체온은 40% 이상이 근육에서 만들어진다. 근육의 70% 이상은 허리와 허벅지 등 다리에 분포한다. 하반신 근육이 튼튼하고 제구실을 해야 체온이 올라가고 빈뇨가 개선되며 오줌발도 세진다. 양기는 말이나 물개에만 있는 게 아니다. 우리의 두 다리에 정답이 있다.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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