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치에서 다리 쪽으로 찌릿찌릿 쥐가 나서 잠을 못 자겠다. 걷다가 다리에 힘이 쭉 빠져 털썩 주저앉는다. 바람만 스쳐도 아파서 못 살겠다. 화장실에서 볼일 보고 뒤처리를 못할 정도로 손이 돌아가지 않는다. 목이 뻑뻑하고 묵직해서 꼭 돌덩이가 올려져 있는 느낌이다. 일어서다가 허리가 아파 ‘악’ 소리가 난다. 척추 협착증이라는데, 척추 전방 전위증이라는데, 연골이 다 닳았다는데, 무릎에 물이 찼다는데, 섬유성 근통이라는데….
“진짜 왜 그런가요?”
통증의 이름은 한 가지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원인은 뇌와 신경, 근육과 뼈, 힘줄과 근막, 그리고 잘못된 걸음걸이, 잘못된 자세와 식습관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척추관이 좁아졌다, 척추 전방 전위증이다.” 눈에 보이는 증상을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사진상으로 척추 사진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 환자는 허리가 아파 죽겠다는 경우도 많고, 환자를 쥐어 패듯하는 섬유성 근통이라는 것은 아직 무엇이 직접적 원인인지를 모른다.
병은 고장 난 옛날 시계 고치듯 “아하! 여기가 망가졌네” 하면서 이거 갈고, 저거 기름 치고 해서 일시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병은 균형이 깨졌기 때문에 생겨난다. 의사로서 나는 깨진 균형을 바로잡고, 자극을 가해서, 환자 개개인의 자기 회복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것이 최고의 치료라고 생각한다. 칼에 베이면 소독하고 꿰매는 것은 병원에서 하지만, 의사가 찢어진 살까지 붙이지는 못한다. 찢어진 곳이 제자리를 찾아 잘 붙도록 하는 것은 인체의 신비한 자기 회복력이다.
중국사람의 상술은 세계적이다. 이들은 목이 좋은 헌 건물이 있으면 50명이 돈을 모아 그 건물을 산다. 그러고는 돈을 많이 냈건 적게 냈건 관계없이 똑같이 달려들어 그 헌 건물을 새것으로 만든다. 이것이 중국인의 무서운 상생 기술이다. 이들은 한방에 10명이 우글우글 같이 지내도 싸우지 않는다. 인체에도 중국인의 상술이 있다. 뭔가 이상한 것이 생기면 모두 달려들어 원상태로 돌려놓으려고 각 기관이 노력한다.
의사의 노력이 반이고 환자의 노력이 반이다. 병원에서 제시하는 올바른 걸음걸이와 호흡법을 꾸준히 실행하고, 식습관을 바꾸고, 자신의 회복력에 대한 믿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통증이 금세 가라앉는 약물 주사, 혹은 무리한 수술로 병을 고치는 것은 자신의 회복력을 죽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한 번 망가진 회복력은, 오히려 전보다 통증치료를 훨씬 더 힘들게 한다. 과보호로 자신을 잃어버린 아이와 같게 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신의 회복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방법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것이 최고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치료보다는 ‘치유’에 중심을 두어야 한다. 이것이 “왜 그런가요?”에 대한 답이다.
정상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자기 회복력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 진정한 의술이다. 자신의 몸을 사랑한다면 칼이나 약물의 힘이 아닌 자기 자신의 힘으로 극복하여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치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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