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위 이동통신업체인 AT&T가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그룹인 타임워너와의 인수 협상을 타결했다고 22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거래 규모만 854억 달러(약 97조 원)인 인수합병이 최종 성사되면 유통망과 콘텐츠를 한데 모은 세계 최대의 통신·미디어 공룡이 탄생한다. AT&T는 통신망에 실을 고품질 콘텐츠가 필요했다. 타임워너는 할리우드의 메이저 투자배급사인 워너브러더스와 유료 케이블방송 HBO, 뉴스채널 CNN방송 등을 보유했지만 콘텐츠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혔다. 이번 합병은 두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방송과 통신 융합의 이정표이자 산업 재편의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당국의 강력한 반독점 규제가 걸림돌이지만 미국 사회는 산업 간 융합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3개월 전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을 칼로 무 자르듯 불허한 우리 정부의 결정과 비교된다.
세계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물결에 뛰어들고 있다. 독일 화학·제약업체인 바이엘은 지난달 최대 종자회사인 미국 몬산토를 인수했다. 올 2월에는 중국 국영 켐차이나가 스위스 종자기업인 신젠타를 사들였다. 반면에 올해 LG CNS의 새만금 스마트 농장 사업은 농민단체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다. 글로벌 공유차량업체인 우버가 운수사업법 규제로 일반 영업을 못하게 된 데 이어 공유숙박업체인 에어비앤비도 관광진흥법 규제로 차질을 빚고 있다. 우리는 올 3월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절감했지만 느려 터진 정부는 아직도 농경사회나 산업사회에서나 통했던 칸막이식 규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방한한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의 속도는 쓰나미가 닥친 것과 같고 여기에 대처하려면 민첩한 정부가 필수라고 했다. 박근혜 정부는 민첩하기는커녕 야당 탓, 노조 탓만 하고 있다. 이대로는 규제프리존 특별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세계와 경쟁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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