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정모 씨(48). 11일 정 씨 앞으로 한 통의 벌금고지서가 날아왔다. 무전취식한 혐의로 벌금 5만 원을 내라는 내용이었다. 그가 올 5월 종로구의 한 설렁탕 가게에서 음식과 술 1만4000원어치를 먹고 돈을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벌금고지서는 한 통이 아니었다. 서울역 인근 가게에서 음식값과 술값 3만 원을 내지 않은 혐의의 고지서도 있었다. 정 씨 머릿속에 한 인물이 떠올랐다. 형이었다.
정 씨의 한 살 위 형인 정모 씨(49)는 수년 전 집을 나갔다. 강원 춘천시, 경기 의정부시 일대를 돌아다니며 노숙했다. 형은 배고플 때마다 음식점에 들어가 음식과 술을 시켜 먹은 뒤 돈을 내지 않았다. 가게 주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는 자신의 인적사항이 아닌 동생의 인적사항을 진술했다. 경찰이 단말기에 인적사항을 기입하자 화면에는 동생의 운전면허증 사진이 조회됐다. 두 형제는 너무 닮아서 경찰은 여섯 번이나 형의 거짓 진술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형의 거짓 진술에 무전취식 혐의로 돈을 내라는 벌금고지서는 매번 동생 집으로 배달됐다. 동생은 네 차례나 벌금을 냈다. 하지만 형의 행각이 멈추지 않자 경찰서를 찾아갔다. 무전취식한 적이 없는데 벌금고지 처분을 받았다며 수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형이 범인이라고 얘기하지 않았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형 정 씨를 상습사기,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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