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가로채 자격 상실했던 50대, 집유뒤 재등록 두달만에 또 횡령
서울변회, 징계 강화 개정안 추진
“당신 사건을 맡고 있는 재판부 판사와 사법연수원 동기이고 암 환자인 부인의 병문안을 갈 만큼 친한 사이다. 판사를 만나 당신 이야기를 했는데 잘돼서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변호사 신모 씨(52)는 2008년 7월 서울 영등포구치소에서 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돼 있던 오모 씨를 접견해 이같이 말하며 로비 명목으로 1억 원을 요구했다. 신 씨는 2008년경 거의 매일 영등포구치소 변호인접견실에서 한 번에 6, 7명의 재소자를 만나며 “나는 ‘로비의 황제’로 현직 판검사들과 친분이 깊다” “검사 출신으로 마약사건에 유능하다” 등의 말로 수용자들을 속였다. 이 같은 수법으로 오 씨 등 7명에게서 판검사 로비 명목으로 3억7500만 원을 가로채고 영등포구치소 관계자에게 뇌물까지 건넨 혐의로 신 씨는 2010년 6월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신 씨는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변호사 자격을 상실했다.
신 씨는 결격 기간이 만료되자 8월 변호사 자격을 재등록했으나 10월 의뢰인의 돈을 횡령한 혐의로 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21단독 진재경 판사는 2014년 6월 이모 씨로부터 변호사를 선임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받은 1500만 원 중 500만 원을 생활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된 신 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변호사업계에서는 신 씨의 사례와 같이 직무 관련 범죄를 저지른 변호사에 대해 징계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 변호사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이 끝나거나 파면된 뒤 5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변호사 등록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집행유예를 받은 경우 유예 기간이 끝난 뒤 2년간 변호사 등록이 불가능하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직무 관련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10년,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기간이 경과한 경우 5년간 변호사 자격을 갖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변호사법 개정안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김한규 서울변회 회장은 “법조인의 비리에 엄정 대처하기 위해 직무 관련 범죄를 저지른 법조인에 대해 쉽게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없도록 결격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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