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표적 개혁 성향 월간 잡지 ‘옌황춘추(炎黃春秋)’는 1991년 창간 이후 입헌 민주주의를 지지해 ‘제도권 내 반체제 잡지’라는 별명을 얻었다. 때로는 아슬아슬하게 수위 조절을 하며 공산당 권력을 비판했다. 그러다 2012년 11월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선출 이후 강화되고 있는 사상 통제에 따라 2014년 9월 중국예술연구원의 감독을 받는 관영 매체로 전환됐다. 필진은 그대로 유지되며 제한된 공간에서 개혁의 목소리를 냈으나 올해 7월 창간인 두다오정(杜導正·92) 전 사장 등 경영진이 전격 해임되고 필진도 교체됐다. 잡지를 아예 없애지 않고 제호를 유지한 채 계속 발행하는 것은 ‘폐간까지 하는 것은 너무 부당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권력제약과 대국의 흥망성쇠’라는 부제가 붙은 ‘제국굴기병(帝國굴起病·사진)’의 저자 황중(黃鍾)은 ‘옌황춘추’의 집행주편으로 편집 책임을 맡았던 인물이다. 책의 내용은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 4개 대국이 어떻게 흥하고 왜 쇠약해졌는지를 소개한 것이지만 중국의 권력이 점차 제어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4월에 책을 완성해 서문과 추천사까지 다 받아놓았다가 옌황춘추 필진이 쫓겨난 다음 달인 8월 인쇄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옌황춘추 필진 교체 사태를 오래전부터 예견하고 준비했다가 내놓은 ‘항의서’로 보인다. 중국 지성들이 권력에 맞서 꺾이지 않는 기개를 보여주는 책이라는 평을 들어도 부족하지 않다.
그는 이런 뜻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나의 이상은 탐구다. 사람은 어떤 정치 체제하에서 비로소 권력 앞에서 미미해지지 않는가. 비록 이 책에 쓴 것은 다른 국가에 관한 얘기지만 나는 ‘도는 멀리 있지 않다(道不遠人)’는 말을 믿는다.” 책의 표지에 서문의 일부를 이렇게 적었다. 그는 중국 언론 써우후(搜狐)와의 인터뷰에서 중용에 나오는 이 말이 “다른 국가의 정치 원리를 중국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책의 말미에 “역사상 어떤 정치 체제도 흥하기도 하고 망하기도 하지만 흥하되 쇠퇴하지 않는 유일한 정치 체제는 공화제”라고 했다. “비록 완전하지는 않지만 인민에게는 안전한 정치 체제이고, 부강한 국가만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가치와 매력이 있다”고 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된 중국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지적하는 듯한 구절이다. 과거 수백 년 이어진 왕조 전제정치가 있지만 19세기 초 나폴레옹 전쟁 이후 나타난 전제정치는 평균 80년을 넘기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권력은 제어되지 않으면 더욱 단명한다고 경고한다. 그는 중국의 전통에 공화제와 상통하는 부분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맹자가 강조한 ‘책임 정치’가 그리스 로마의 정치나 공화제와 통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그가 첫 장에서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을 소개하면서 워싱턴이 연합군 총사령관을 맡으면서 내건 명분을 강조한 것도 인상적이다. 워싱턴은 자신이 나서는 것은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워싱턴의 말은 ‘천리를 달려와 관직을 맡는 것은 오직 재부를 위한 것이다(千里當官只爲財)’는 중국의 옛말과 대비된다고 했다. 군과 당, 정부 관리를 가리지 않고 막대한 액수의 뇌물이나 부정한 치부(致富)로 반부패 칼날에 떨어지는 중국의 요즘 세태를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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