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주부 이모 씨(33)는 최근 배추김치와 깍두기 담그기를 포기했다. 8월부터 크게 오른 배추 가격이 떨어지기를 기다렸지만 아직도 지난해 수준을 훌쩍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 씨는 “깍두기를 담그려고 장바구니에 무를 넣었다가 너무 비싸 다시 꺼내놓았다. 비교적 값이 싼 총각무로 김치를 담갔다”고 말했다.
올해 여름 폭염이 계속되면서 오르기 시작한 배추와 무 등 채소 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과 한일어업협정 결렬 등의 영향으로 오징어, 갈치 등 수산물 가격까지 오르면서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2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무(중급 기준)의 개당 소매가격은 20일 기준 304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05원)의 두 배를 넘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집계한 9월 무 도매가격(18kg 1상자 기준)은 1만6537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024원)의 3배 가까이로 올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폭염과 가뭄으로 작황이 부진해 10월에 이어 11월에도 무 생산량이 더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11월에도 지난해보다 높은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격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건 배추도 마찬가지다. 9월 초 1포기에 8000원을 넘어 ‘금추’로 불렸던 배추는 이후 가격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예년 수준보다는 80% 넘게 비싸다. aT는 20일 기준으로 배추(중급 기준) 1포기의 소매가격이 391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089원보다 약 87% 높다고 밝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고랭지 배추가 나왔지만 8, 9월 출하량이 워낙 적었던 데다 김치업체가 본격적으로 김치 생산에 나서면서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라고 분석했다.
김장철이 다가오면서 주부들의 걱정은 더욱 커지고 있다. 김치에 들어갈 양념 재료인 파와 마늘 가격도 크게 올랐다. 중급 쪽파 1kg의 소매가격은 20일 기준 4340원으로 지난해(2748원)보다 60%가량 올랐으며 마늘도 40% 넘게 올랐다.
농산물뿐 아니라 수산물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특히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과 한일어업협정 결렬 영향으로 오징어와 갈치 가격은 지난해보다 40%가량 올랐다.
노량진수산시장에 따르면 20일을 기준으로 생물 오징어(중품 기준)의 8kg 한 상자는 4만3300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3만 원에서 44%가 오른 것이다. 갈치 가격이 오른 것은 6월 한일어업협정이 결렬돼 현재까지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한국 어선의 조업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이 수역에서 갈치 할당량을 늘리려는 한국과 오히려 줄이려는 일본 간 협상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10월 갈치(중품 기준)의 마리당 평균 소매가격은 8306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782원)보다 43.7%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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