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에 의료기기 팔지말고 혈액검사 해주지마’ 의사단체 압력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10월 24일 09시 16분


의사 단체들이 수년간 의료기기 업체에 압력을 넣어 한의사들에게 제품을 팔지 못하게 하고, 혈액검사 기관에는 한의사 의뢰를 받지 말라고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의사협회·전국의사총연합·대한의원협회 등 3개 의사단체가 의료기기업체, 진단검사기관에 대해 한의사와 거래하지 말 것을 강요한 행위를 적발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1억37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현행 의료법상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구입은 불법이 아니다. 진료를 정확하게 하기 위해 한의사가 혈액검사나 검사 의뢰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난 2011년부터 중고가 아닌 이상, 국내 한의원들은 초음파 장비를 새로 들여오지 못했다. 의사 단체들이 의료기기 업체에 공문을 보내, 한의사한테는 팔지 말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한의사와 거래한다면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내용의 공문도 보냈다.

때문에 초음파기기 판매업체는 한의사와의 거래를 모두 끊고 거래 중이던 초음파기기에 대한 계약 손실을 모두 떠안아야 했다.

혈액검사 의뢰도 2012년부터 어려워지더니 2014년부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의사단체가 혈액검사 기관에 한의사 의뢰를 받지 말라고 압력을 넣었기 때문이다.

의사단체들이 대부분 기관에 압력을 넣으면서 한의사들은 대체거래선을 확보할 길이 사실상 막혔다. 동시에 기관들도 한의사라는 수요처를 잃어버렸다.

공정위는 소비자들이 초음파검사와 혈액검사를 한의원에서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의료 비용이 증가하고 의료 서비스에 대한 선택권까지도 제한된다고 판단했다.

김호태 공정위 서울사무소 총괄과장은 "국민건강증진에 기여해야 할 의료전문가 집단이 힘을 이용해 의료서비스 시장에서의 경쟁을 제한하는 등의 위법행위에 대하여 엄중 조치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기기 업체와 혈액검사 기관이 여전히 의사단체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공정위의 시정명령이 제대로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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