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의 추남일기] ‘FA와 포스트시즌의 경제학’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0월 25일 05시 30분


NC 박석민-두산 장원준(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NC 다이노스
NC 박석민-두산 장원준(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NC 다이노스
게임업체 엔씨소프트에서 창업자이자 대주주인 김택진 대표이사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보수를 받는 임직원은 배재현 부사장으로, 2015년 12억원을 수령했다. 물론 최대 수십억 원에 이를 수 있는 배당금이나 스톡옵션은 제외한 금액이다. 반면 엔씨소프트의 자회사 NC 다이노스의 프로야구 선수 박석민은 연평균 24억원을 받고 있다. 모기업 부사장보다 2배 이상 많은 돈을 벌고 셈. 왜 NC는 선수 한명을 영입하는데 이처럼 많은 돈을 투자했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기 위한 과감한 선택이었다.

두산은 그동안 외부 FA(프리에이전트)시장은 물론 내부 FA 단속에도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투자에 인색한 구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반전은 2014시즌 종료 후였다. 발표된 액수만 86억원(4년 계약)에 좌완 장원준을 영입했다. KBO리그에서 풍부한 경험을 자랑하는 두산 경영진은 신중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해왔다. 장원준의 선택은 우승을 위한 투자였고,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는 선수들의 오랜 투쟁과 큰 희생 속에 FA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KBO는 구단들이 먼저 움직여 1999년 FA제도를 도입했다. 그 배경에는 집단화를 꾀하고 있는 선수 달래기, 헌법이 보장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 있었다. 또 하나는 일부 구단을 중심으로 무조건 ‘우승’을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었다. 1999년 FA제도가 도입되자마자 삼성은 우승의 한을 풀겠다는 듯이 FA시장을 주도했다. 이후 상위권에 근접한 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참전했다.

FA시장은 매우 패쇄적이다. 대체재는 외국인 선수뿐이다. ‘보이지 않는 손’은 끝없는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9개 구단은 2016플레이오프에서 박석민의 대활약을 지켜보고 있다. LG가 우승 문턱에서 물러선다면 당장 FA시장에 눈이 갈 수 밖에 없다. 단시간에 팀의 약점을 해결해 줄 수 있는 FA영입은 우승이 눈앞에서 아른거리고 있는 팀들에는 외면하기 힘든 달콤한 유혹이다. 과열된 FA시장이 한화가 냉정을 찾는다고 진정될까? KIA는 내부 FA 이범호와 사실상 FA인 임창용 효과를 톡톡히 봤다. LG도 리빌딩이 완성되면 20년이 훌쩍 넘은 우승을 향해 가야 한다.

롯데나 한화의 사례를 살펴보면 FA는 돈만큼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과거 롯데는 홍성흔을 통해 전력뿐 아니라 클럽하우스의 분위기 쇄신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올해 그룹 오너가 지적한 ‘불펜’에 과도하게 집착하다 실패했다. 현장에서는 “넥센은 꾸준히 상위권을 지켜도 우승은 힘들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주축 선수가 30대가 되면 해외나 타 팀으로 계속 떠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액 FA선수들은 성공한 사람들이다. 자긍심이 높다. 금전적으로는 이미 큰 부를 이뤘다. 관심은 명예다. 살얼음 상황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남아있는 인생의 목표가 단순하고 명료하기 때문이다.

FA선수들의 포스트시즌 맹활약이 이어지는 한 FA시장은 더 과열될 수밖에 없다. 조정자의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해외리그라는 경쟁 시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판단이 쉽지 않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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