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류제국(33)이 모자챙에 타구를 맞는 아찔한 사고를 당했음에도 끝까지 마운드를 책임지는 에이스의 모습을 보였다.
류제국은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와의 플레이오프(PO) 3차전에 선발 등판해 호투를 펼쳤다. 팀이 PO 1, 2차전에서 패해 어깨가 무거웠지만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마운드를 든든히 지켰다.
위기는 있었다. 5회 1사 후 김태군의 타구가 얼굴 쪽으로 날아들었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 그러나 그는 동물적 감각으로 몸을 틀었고, 다행히 타구는 모자챙을 치고 중견수 쪽으로 빠져나갔다. 이로 인해 모자는 날아갔고, 류제국도 마운드 위에서 굴러야했지만 부상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대신 류제국은 잠시 그라운드에 앉아 놀란 가슴을 추슬러야했다. LG 트레이너를 비롯해 포수 정상호, 강상수 투수코치, 1루수 김용의, 2루수 손주인 등이 모두 류제국의 주변으로 모여 그를 걱정했다.
깜짝 놀란 건 류제국뿐만이 아니었다. 타구를 친 김태군도 출루한 뒤 심판의 양해를 구하고 류제국 쪽으로 다가갔다.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류제국은 그런 김태군에게 ‘괜찮다’고 손짓했고, 타구가 모자챙에 맞아 문제가 없다는 신호를 보냈다.
물론 영향이 전혀 없진 않았다. 류제국은 다음 타자 김준완을 범타로 처리했지만 박민우와 이종욱에게 연속 몸에 맞는 볼을 기록하며 만루를 만들었다. 그러나 나성범을 2루 앞 땅볼로 처리하면서 이닝을 종료했다. 그는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씩씩하게 공을 던졌다. 벼랑 끝에 서있는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주장의 품격이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