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는 벼랑 끝에서 자기 새끼를 떨어뜨려 살아남는 강한 새끼만 키운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사자가 아기사자를 벼랑 끝에 내몰면서 키우는 건 아니다.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강한 놈만 살아남는다는 진리를 보여주는 말이다.
NC 김경문 감독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팀의 ‘미래’들을 강하게 키우고 있다. 마치 새끼사자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어미 같은 면이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미 신생팀인 NC 사령탑을 맡을 때부터 항상 ‘미래’를 강조해왔다. 언젠가 한 번은 경험해야 할 일이고, 그래야 성장한다는 지론을 실천 중이다.
김 감독은 LG와의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4번타자로 권희동(26)을 내세웠다. 지난달 상무에서 전역한 권희동은 대졸 4년차 외야수, 데뷔 첫 해였던 2013년 15홈런을 친 기대주지만 4번타자의 무게감은 상당할 법했다.
이날은 에릭 테임즈가 음주운전에 따른 징계로 나올 수 없었다. 여기에 베테랑 이호준이 허리가 좋지 않아 대타로 준비했다. 권희동이 4번 지명타자로 발탁된 이유였다. 김 감독은 “장차 팀의 중심이 돼야 할 타자다. NC에서 (이)호준이의 뒤를 이어줘야 할 타자”라고 설명했다. 이호준의 뒤를 이을 우타 거포 자원으로 권희동을 보고 있었다.
권희동은 큰 경기, 그것도 4번타자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는 듯했다. 세 타석에서 안타를 치지 못한 권희동은 0-2로 뒤진 9회말 무사 2루서 기어코 좌전안타를 만들어내며 끝내기 역전승의 발판을 놨다.
실패로 돌아갔으면 큰 비난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김 감독은 특유의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그는 “경기를 뛰면서 선수들이 느낄 것이다. 그렇게 자기 것이 되고 성장해간다”며 흐뭇해했다.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PO 3차전에는 4년차 우완 영건 장현식(21)을 선발로 내세웠다. 올 시즌 주로 구원투수로 뛰며 37경기서 1승3패1홀드 방어율 4.48을 기록한 그는 9월 중순부터 선발 기회를 부여받았고, 5차례 선발등판에서 1패 방어율 1.59로 호투했다. 이재학의 이탈로 포스트시즌 선발기용이 예상됐지만, 3차전 등판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그러나 장현식은 1회말 볼넷 4개를 범하며 밀어내기로 선취점을 내줬다. 한 이닝 4볼넷은 포스트시즌 역대 최다 타이. 2008년 삼성과의 PO 2차전에서 두산 맷 랜들이 4회 처음 범했고, 2015년 넥센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WC) 1차전에서 SK 김광현이 1회 범한 뒤로 역대 3번째였다. 결국 2회에도 선두타자 정상호에게 볼넷을 내주고 최금강으로 교체됐다.
김 감독은 올해로 계약기간이 만료된다. 포스트시즌 종료 후 거취가 불분명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5년 전 처음 NC 선수단을 만났을 때와 똑같이 선수들을 바라보며 ‘NC의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자신이 떠난다 해도 선수들은 남고, 오랜 시간 팀을 지킨다는 신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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