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찬 바람 부는 계절, 치질 조심하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6일 03시 00분


추워지면 모세혈관 수축으로 ‘국민병’ 치질 발생 많아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병원서 수술 없이 치료 가능”

 20대 후반의 직장인 A씨(여)는 올여름 다이어트를 성공해 친구들에게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부끄러움 때문에 다이어트 이후 변을 볼 때마다 휴지에 피가 묻어난다는 속사정은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다. 그러다 말겠거니 하며 몇 개월을 지냈는데 얼마 전부터 항문에 무언가 만져지는 듯한 불길한 예감에 병원을 찾았다.

 대장항문외과 전문의의 진찰 후 항문 내에 혈관이 부어 있는 치핵이 확인됐지만 다행히 배변 후에 저절로 들어가는 2기 상태로 약물과 좌욕, 연고를 처방받고 보존적 치료를 받기로 했다.

 이제 치질은 국민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병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누군가에게 말하기 부끄럽고 치료가 꺼려지는 질병 중 하나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흔히 치질이라 하면 항문에 혹이 생기는 치핵을 생각하는데, 이외에도 항문이 찢어지는 치열, 항문에 고름이 생기는 치루, 항문가려움증 등 항문에 생기는 모든 질환을 통틀어 말한다. 전체 치질 중 치핵이 60∼70%를 차지하며, 상태에 따라 약물치료부터 수술까지 치료법이 다양하다.

 치핵은 항문 주변 혈관에 울혈이 생겨 멍울이 잡히는 증상으로 항문 속에 있는 내치핵, 항문 밖에 위치한 외치핵으로 나뉘지만 두 가지 형태가 같이 나타나는 혼합치핵이 가장 흔하다. 질환은 정도에 따라 1기에서 4기로 분류된다. 단순 출혈만 있다면 1기, 배변 시 덩어리가 나오지만 자연스레 들어간다면 2기, 나온 덩어리를 손으로 밀어 넣어야 들어간다면 3기, 덩어리를 밀어 넣어도 안 들어간다면 4기에 해당된다. 치핵 1, 2기 단계에서는 약물, 좌욕 등 보존적 치료로도 충분히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지만, 2기 치핵이라도 출혈이 심하거나 혈전이 자주 발생하는 경우, 그리고 3기나 4기에서는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 수술을 받는 것이 효과적이다.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이정은 과장은 “요즘같이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다른 계절에 비해 우리 몸의 모세혈관이 수축되어 혈액순환이 둔해지고 활동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치질이 생기거나 악화되기 쉽다”며, “배변에 피가 묻어나거나 항문에 통증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항문이 붓거나 항문 주변에 멍울이 만져지는 증상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날이 추워질 때쯤이면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치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배변습관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 화장실에서는 5분 이상 머무르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며, 배변 후에는 따뜻한 물로 좌욕을 하는 것이 좋다. 좌욕은 청결 유지뿐만 아니라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앉아서 일하는 사람은 수시로 일어나 몸을 움직여 주고, 평소 냉기와 습기를 차단하고 온기를 보존해 주는 깔개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한 변비가 심해지지 않도록 무리한 다이어트는 삼가고 물을 많이 마시며 식이섬유가 풍부한 고구마나 현미, 잡곡밥, 해조류를 섭취한다면 치질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과장은 “부끄러움을 핑계로 치질을 참는 것은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질환만 더 키워 치료를 어렵게 만들뿐”이라며, “초기에 병원을 찾는다면 수술 없이 약물치료와 좌욕과 같은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충분히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치질#한솔병원#항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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