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은 2009년 취임 이후 국내외 청중들을 상대로 한 '명품 연설'을 쏟아낸 것으로 유명하다. 철저히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는 백악관에서 외부 인사가 연설문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지금까지 한번도 미국에서 제기된 적이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내 최측근 그룹과의 집단 창작시스템을 통해 연설문을 작성 및 관리하고 있다. 연설문 작성에는 백악관 직제 상 국가기밀을 취급할 수 있도록 공인받은 측근들만 참여하기 때문에 최순실 씨처럼 비밀취급 인가가 없는 외부 비선 인사가 작성 과정에 개입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오바마는 평소 백악관 밖 인사들과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지만 연설문 작성만큼은 철통 보안을 유지한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백악관은 가급적 많은 정보를 홈페이지 등을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는 오픈시스템을 취하고 있지만 연설문 작성 과정에는 외교안보 등 국가기밀이 다뤄지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백악관 전문가들만 참여한다"고 말했다.
올해 1월 오바마 대통령의 마지막 신년 국정연설의 경우 코디 키넌 연설문 작성팀장,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 등 '연설문 투 톱'이 주무를 맡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초부터 이들을 수시로 백악관 집무실로 불러 의제 선정 회의를 가졌다. 수많은 어젠다 가운데 핵심을 추려내는 일종의 '축조심의(逐條審議)'로 밤늦게까지 진행될 때도 있어 과일 샌드위치 등 야식이 집무실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집단토론을 거쳐 연설문 윤곽이 정해지면 키넌이 주도하는 연설문팀이 1차 원고를 쓴다. 이 팀에는 경제 외교 복지 등 다양한 전문가가 포진해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초안을 받고 직접 펜으로 첨삭한다. 많게는 한 페이지의 3분의 1가량이 수정될 때도 있다. 밤늦게까지 일하는 '올빼미 형'인 오바마 대통령은 종종 새벽에 수정 원고를 백악관 e메일로 참모들에게 보내기도 한다.
키넌과 로즈가 2차 토론을 한 뒤 연설문 작성팀이 최종 원고를 작성한다. 백악관 내 주요부서 관계자를 불러 연설문에 들어갈 사실 관계를 확인한다. 그 뒤 오바마 대통령이 최종 원고를 탈고하게 된다. 최 씨 같은 비선에서 여기에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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