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5일 고 백남기 씨(69) 시신의 부검영장(압수수색검증영장) 2차 집행을 시도했다. 이날은 부검영장 만료일이다. 그러나 23일 1차 집행에 이어 또다시 유족과 투쟁본부 측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경찰은 영장 재신청을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경찰은 이날 오후 2시 25분 백남기투쟁본부 측에 영장 집행 방침을 통보했다. 오후 3시경 홍완선 서울 종로경찰서장은 종로서와 혜화서 소속 경찰관 100여 명과 함께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경비병력 9개 중대, 약 1000명이 현장에 투입됐다.
그러나 투쟁본부는 첫 집행 시도 때보다 거세게 반발했다. 장례식장 입구부터 600여 명이 경찰 진입을 막았다. 장례식장 입구로 들어서려는 홍 서장에게 물세례가 쏟아지기도 했다. 시민들은 “우리가 백남기다”, “부검 말고 특검 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현장에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등 야당 정치인 10여 명도 있었다.
홍 서장은 투쟁본부 측 법률대리인인 이정일 변호사와 약 1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지만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홍 서장은 집행 시도 3시간이 되지 않은 오후 5시 45분경 철수했다. 홍 서장은 취재진에게 “부검 과정과 결과의 신뢰를 담보하는 사항도 영장에 있는데 유족이 끝내 집행을 거부했다”며 “향후 영장을 집행하지 못해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투쟁본부 측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밤 12시를 기해 부검영장이 만료됐다. 경찰은 부검영장 재신청 여부를 신중히 검토 중이다. 하지만 법원이 또다시 영장을 발부할지는 미지수다. 경찰 관계자는 “영장을 재신청해도 법원이 기각할 수 있고 또 조건부 영장을 발부할 수도 있는 등 경우의 수가 많다”며 “검찰과 협의해 재신청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백 씨의 장녀인 도라지 씨는 “검찰과 경찰은 영장 재청구 시도를 중단하고 재청구되면 법원은 이를 기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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