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6000억원 규모 ‘국가전략 프로젝트’ 주먹구구 예산편성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6일 03시 00분


국회예산처, 2017년도 예산안 분석

 한국의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겠다며 시작한 ‘국가전략 프로젝트’가 예비 타당성 조사도 거치지 않고 2017년도 예산안에 편성된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4일 공개한 ‘2017년도 예산안 분석 종합보고서’에서 9대 국가전략프로젝트 중 5개 사업의 예비 타당성 조사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예산안에 편성된 점을 지적했다. 예비 타당성 조사는 대형 신규 공공투자 사업을 사전에 면밀하게 검토하는 제도로 사업 추진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기준이 된다.

 국가전략 프로젝트는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며 8월 10일 발표한 대형 연구개발사업이다. 한국의 미래 먹거리를 망라한 사업으로 2026년까지 1조6000억 원을 투자해 9개 과학기술 분야를 육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2017년도 예산안에는 총 300억 원의 예산이 편성됐고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등 미래 먹거리 산업이 포함됐다. 조선과 석유화학, 철강 등 기존 산업이 한계에 달한 절박한 상황에서 한국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 성격이 강해 이 프로젝트의 성패가 한국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사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국가전략프로젝트 중에서도 인공지능, 스마트시티, 자율주행차, 경량소재, 정밀의료 등 5개 사업을 문제 삼았다. 전체 사업비 규모가 각각 500억 원 이상이라 예비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했지만 이를 건너뛰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의 예산안 편성 세부지침에 따르면 500억 원 이상의 신규 사업은 예비 타당성 조사를 마친 뒤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장기적으로 추진할 연구개발 사업의 타당성 조사가 엄격하게 이뤄지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현재 5개 사업 예산안에 상세계획비용으로 5억 원씩을 먼저 편성해 두고 뒤늦게 예비 타당성 조사를 맡긴 상태다. 예비 타당성 조사를 담당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에서 국가전략 프로젝트 예비 타당성 조사에 최대한 많은 인원을 투입해 신속하게 진행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말했다.

 미래부는 국회의 예산 심사가 종료되는 11월 말 이전에 예비 타당성 조사 결과가 나올 경우 본사업비 증액 안을 국회에 요청한다는 입장이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국가전략 프로젝트처럼 중요한 사업이라면 1월부터 계획서를 내고 9월에는 예산 편성을 마쳤어야 했다”며 “무리하게 절차를 건너뛰는 걸 보면 예산 심의 과정을 피해 부실한 사업을 진행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국가전략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내용이 2016년 5월부터 8월까지 불과 4개월 사이에 준비된 점도 함께 지적하며 “사업 준비 기간이 부족하고 예산이 급박하게 편성돼 사업 계획이 미비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2017년 예산안으로 긴박하게 추진하기보다는 사업 준비에 필요한 최소한의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한편 국회예산정책처는 고용노동부가 추진하고 있는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에 대해선 일자리의 질이 낮고, 취업 기간도 길지 않아 정책 효과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예산을 증액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취업성공패키지는 고용노동부가 저소득층과 미취업 청장년층을 대상으로 취업상담, 직업훈련, 취업알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2017년 예산안에는 지난해보다 270억 원이 증액된 3405억 원이 편성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청년층 취업 지원에 대한 재정 지원이 예산 낭비로 이어질 우려가 있으므로 고용노동부는 취업성공패키지 지원 사업의 성과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변지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he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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