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년에 걸쳐 여러 나라의 수많은 작곡가가 발달시킨 서양 오케스트라를 국악관현악이 단숨에 따라갈라치면 답이 안 나옵니다. 우리 특성에 맞는 새로운 계통,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죠.”(정일련 작곡가)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올해 1월 처음으로 1년 계약의 상주작곡가 2명(김성국 정일련)을 들였다. 연주자들과 작곡가가 소통하는 워크숍을 통해 국악관현악의 나아갈 방향을 토론했다. 그 결과물인 ‘2016 상주작곡가 김성국×정일련’ 공연이 29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다. 최수열 서울시향 부지휘자가 지휘봉을 든다. 02-2280-4114, www.ntok.go.kr
“똑같은 악기로 같은 음을 연주해도 연주자마다 본인이 편하도록 고안한 각자의 연주법이 있다는 것을 단원들을 통해 이번에야 알았습니다. 작곡 과정에서 좀 더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부분이 생겼어요.”(김 작곡가)
“서양 오케스트라의 경우에도 작곡가와 연주단원이 친해질 기회는 별로 없어요. 그들을 이해할 소중한 시간이었죠.”(정 작곡가)
김 작곡가가 초연할 작품은 고구려 벽화 사신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영원한 왕국’이다. 그는 “사신도를 보고 서양의 그림과 완전히 다른 색감과 에너지를 느꼈다”면서 “고구려가 동아시아의 중심이 된 배경에는 고유의 힘과 기상이 있었을 것이다. 강대국들 사이에서 눈치 보고 피해의식을 느끼는 지금 상황을 좀 더 진취적인 것으로 바꿔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독일에 거주하며 동서양 음악을 넘나드는 정 작곡가는 국악이 실은 실내악에서 출발했다는 것에 착안했다. 그가 이번에 초연하는 ‘센터(Centre)’의 중심 개념이 그것이다. 기존의 악기 배치 방식부터 파격했다. 각 악기군의 솔리스트를 악단 센터에 배치해 실내악처럼 서로의 소리를 면밀히 들으며 연주하도록 했다. 그 뒤를 호위하듯 동일 악기군이 부채꼴로 에워싸 앞에서 이룬 소통이 확산되도록 했다.
‘센터’에는 다중 의미가 담겼다. “음의 절약을 통해 ‘라♭-시♭-도’의 3음을 기본으로 삼았는데 그 센터가 시♭이 됩니다. 관객은 몰라줘도 상관없지만 작곡하면서 느끼는 ‘내 재미’를 몇 개 숨겨 뒀어요. 허허.”
그날 국립극장에서 우리는 수많은 질문과 답을 만나게 될지 모른다. 그것은 말이 아닌 음표와 소리로 허공을 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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