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靑호위무사” 비판받은 이정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6일 03시 00분


[최순실 게이트/정치권 일파만파]
이정현 “나도 연설문 준비때 의견 들어” 대통령 사과 직전까지 두둔 발언
새누리, 연설문 유출시인에 패닉… 비박 일부선 대통령 탈당 요구


 새누리당은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 실세 의혹이 제기된 최순실 씨에게 연설문을 사전 유출한 의혹을 시인하자 패닉(혼돈) 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이정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성명이 나오기 전까지 오히려 박 대통령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가 당내 반발을 샀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을 만나 최순실 씨 국정 개입 논란에 대해 “(나도) 연설문이나 기자회견문을 준비할 때 다양한 의견을 듣는다. 대정부질문 하나만 하더라도 언론인과 문학인, 일반 상인, 친구 등의 얘기까지 듣는 경우도 있다”며 박 대통령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에 하태경 의원은 “이런 안이한 상황 인식으론 대통령과 당에 닥친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용태 의원은 “납득할 수 없는 논리로 최순실 사태를 축소 규정한 데 대해 참담한 자괴감을 느낀다”며 이 대표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 대표는 박 대통령의 성명 발표 직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지만 “납득할 만한 (청와대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밝힌 게 전부였다. 당 일각에선 이를 두고 “아직도 대통령 호위무사냐”는 지적도 나왔다.

 청와대를 향한 강경 목소리는 오히려 정진석 원내대표의 입에서 나왔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 사과 전 “집권 여당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스럽다” “우병우 민정수석비서관은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시라” “대통령이 국민들께 직접 소명하고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비박(비박근혜) 진영의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걱정스럽다”며 “국가 통치 시스템이 그 뿌리부터 흔들린 국기 문란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유승민 의원은 “강남에 사는 웬 아주머니가 연설을 뜯어고치는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느냐”며 “이건 나라도 아니다. 사상 초유의 국정 문란에 국정 농단”이라고 비판했다. “특검이든 국정조사든 진행하고 대통령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의 탈당 요구 목소리까지 나왔다. 김용태 의원은 “여야 지도부는 즉각 최순실 사태를 수사하기 위한 특검을 논의해야 한다”며 “여야가 특검 도입을 합의하면 대통령이 당적 정리 등 필요한 조치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우병우 수석의 즉각 사퇴와 청와대 전면 개편도 요구했다. 정병국 의원은 “대통령이 최순실 의혹과 관련된 위법적인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압박했다.

 친박(친박근혜)계는 자괴감에 휩싸였다. 김태흠 의원은 “대통령이 잘못된 부분을 시인하긴 했지만 규정이나 상식으로 볼 때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친박 의원은 “대통령이 최 씨에게 많은 부분을 의지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사과가 결국 논란만 더 낳는 형국이 됐다”며 “대통령에게 법적 책임을 묻자고 할 텐데 답이 안 나온다”고 우려했다.

홍수영 gaea@donga.com·송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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