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는 ‘인연 시리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6일 03시 00분


컵스-클리블랜드 26일 1차전 격돌
밤비노 저주 깬 엡스타인-프랭코나 컵스 사장-클리블랜드 감독으로
양팀 불펜의 기둥 차프만과 밀러… 시즌 개막때만 해도 양키스서 동지

  ‘월드 C리즈(World C-ries).’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26일 시작되는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를 이렇게 예고했다. 시카고 컵스와 클리블랜드가 공교롭게도 연고지의 첫 글자인 ‘C’를 구단 로고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월드시리즈에서 ‘C의 전쟁’이 성사된 건 1919년 신시내티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대결 이후 97년 만이다.

 저주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오랜 기간 월드시리즈 우승과 연을 맺지 못한 양 팀의 각별한 인연도 눈길을 끈다. 어제의 동지에서 오늘의 적이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빼놓을 수 없는 건 보스턴 우승반지와의 인연이다. 2004년 보스턴이 일명 ‘밤비노의 저주’를 깨고 월드시리즈를 제패할 때 단장이었던 테오 엡스타인(43)은 현재 컵스의 사장으로, 테리 프랭코나 감독(57)은 현재 클리블랜드 감독으로 자리를 옮겼다.

 보스턴의 2007, 2013년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도 양 팀에 포진해 있다. 두 차례 모두 우승반지를 낀 컵스의 투수 존 레스터(32)와 2013년 우승 멤버인 컵스의 포수 데이비드 로스(39), 클리블랜드의 1루수 마이크 내폴리(35) 등이다. 2013년 세인트루이스와의 월드시리즈 1차전 때 보스턴의 선발 투수였던 레스터와 4번 타자였던 내폴리는 이제 서로를 상대하게 됐다.

 양 팀 불펜의 핵심 자원인 컵스의 아롤디스 차프만(28)과 클리블랜드의 앤드루 밀러(31)도 한솥밥을 먹다 갈라섰다. 올 시즌 개막 때만 하더라도 뉴욕 양키스에서 함께 뛰었던 차프만과 밀러는 양키스가 우승에서 멀어지면서 각각 트레이드로 소속팀을 옮겼다. 차프만과 밀러가 있었을 때만 해도 양키스의 불펜은 메이저리그 최강으로 분류됐다. 월드시리즈에서 두 선수의 활약에 팀의 운명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월드시리즈에 오기까지 공수 모두에서 큰 활약을 펼친 클리블랜드의 유격수 프란시스코 린도르(23)와 컵스의 2루수 하비에르 바에스(24)의 인연도 각별하다. 같은 푸에르토리코 출신인 둘은 어릴 적 플로리다 지역에서 함께 야구를 한 뒤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앞뒤로 지명을 받았다. 린도르가 1라운드 8순위, 바에스가 1라운드 9순위로 뽑혔다.

 26일 클리블랜드의 안방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리는 1차전에서 클리블랜드는 코리 클루버(30)를, 컵스는 존 레스터를 선발 투수로 내세운다. 올 시즌 클루버는 18승 9패 평균자책점 3.14, 레스터는 19승 5패 평균자책점 2.44를 기록했다. ESPN이 전문가 32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26 대 6으로 컵스의 우세가 점쳐졌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컵스#클리블랜드#월드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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