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들어 문화체육관광부는 인사 파동과 행사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최순실 차은택 씨 등 비선실세가 국정을 농단한 증거들이 속속 들어나면서 이같은 파문이 일어난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고 있다. 이들이 문체부 행정력과 미르와 K스포츠재단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문화·체육계를 그들의 '놀이터'로 삼은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비선실세 인사개입 의혹
문체부의 인사 파동은 2013년 박근혜 정부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전국승마대회에서 준우승을 하자 청와대의 지시로 그해 5월 문체부가 대한승마협회를 감사했다. 담당인 체육국장과 과장은 최 씨에게 유리하지 않은 감사 결과를 청와대에 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그해 8월 유진룡 전 장관을 직접 청와대로 불러 두 담당자를 '나쁜 사람들'이라고 지칭하며 문책 인사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대기발령 후 좌천됐다.
유 전 장관은 역시 한국관광공사 사장 등 청와대 인사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2014년 7월 후임 장관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면직'됐다. 이어 그해 10월 기획조정실장을 비롯한 1급 6명이 사표를 내 이중 3명이 옷을 벗었다.
최근 유 전 장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김기춘 비서실장이 김희범 애틀랜타 총영사를 1차관으로 앉힌 뒤 1급들에게 사표를 내게 하라고 지시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26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장관 책임 하에 하는 부처 인사에 대해 터무니없이 '누구를 자르라'고 그렇게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며 "내가 (최순실 씨와) 한 통화라도 했으면 사람이 아니다. 본 적도 만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최 씨를 등에 업은 차 씨는 문체부 핵심 요직을 그의 인맥으로 채웠다. 유 전 장관 후임으로 온 김종덕 전 장관은 차 씨의 대학원 지도교수였다.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은 차 씨의 외삼촌이었고 한국컨텐츠진흥원장은 차 씨와 광고계에서 함께 일한 송성각 씨가 차지했다.
●미르 K스포츠재단 통해 이권 챙기기
최 씨와 차 씨는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을 통해 각각 체육계와 문화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문체부 행사를 따내 이권을 챙긴 의혹을 받고 있다.
차 씨는 지난해 밀라노 엑스포 총감독, 문화창조융합본부장 등을 맡으며 문체부 주요 행사를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차 씨는 문체부 예산을 대폭 증액 받았고, 더플레이그라운드 등 자신이 관여한 회사가 문체부 행사 등을 따내도록 해 수십억 원대의 이권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차 씨 자신의 석사학위 논문에 나온 가상 가수 캐릭터를 모방해 유사 캐릭터를 만든 회사를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지 내에 입주시키기도 했다.
또 한국스포츠개발원이 2년 간 개발하던 '코리아체조'를 갑자기 중단시키고 한 달 만에 '늘품체조'를 만들어 대통령이 직접 시연하기까지 했다.
한 문화계 인사는 "CF감독이던 차 씨가 문체부 일에 관여하지 않는 데가 없어 그 배경이 늘 궁금했는데 박 대통령을 끼고 있던 최 씨가 차 씨를 밀어줘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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