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그 어떤 약보다 환자의 믿음이 중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가짜 약도 믿으면 효과 있고 진짜 약도 안 믿으면 헛일
탈모 치료제 등 ‘플라세보’ ‘노세보’ 효과 사례 많아

 
환자들이 갖고 있는 믿음은 치료 결과를 바꿔놓을 정도로 강력하다. 믿음만 있다면, 알약 모양의 밀가루를 먹어도 효과가 일어나기도 한다. 바로 ‘플라세보’다. 그런데 믿음에 대한 효과를 설명하는 것이 또 있다. 플라시보 반대인 ‘노세보’다. 치료나 수술, 약의 효과를 불신해 실제 효과가 떨어지고, 나아가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나기까지 하는 현상이다.

  ‘노세보’를 설명하는 사례는 많다. 독일에서는 이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진통제로 시험을 진행했다. 환자들에게 진통제 투여가 끝났다고 말하자, 투여가 이뤄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환자들의 통증 정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항히스타민제를 먹으면 잠이 온다고 하는 환자가 많다. 한 연구 결과 환자들에게 항히스타민제라고 설명하고 위약을 투여했더니 3분의 2가 졸음을 호소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 항히스타민제는 크게 졸음을 일으키지 않는다. 밀가루만 먹으면 불편감을 느끼는 증상 역시 ‘노세보’로 보는 전문가가 많고, 임상시험 시 발생 가능한 이상반응에 대해 설명하면 위약을 먹고도 비슷한 반응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남성형 탈모치료도 ‘노세보’가 나타나는 분야다. 남성형 탈모치료제 중 하나인 두타스테리드를 가지고 처음 출시된 2009년부터 약 4년간 복용 환자에게서 나타난 이상반응을 관찰한 결과 성욕 저하, 발기 부전 등 성기능 관련 이상반응은 각각 1.3%, 1.0%의 환자에서만 나타났다. 이 정도는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보기에 충분한 수준인데, 흥미로운 점은 위약을 먹어도 비슷한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반응은 주로 복용 초기에 나타나며, 시간이 지날수록 대부분 줄어든다. 이러한 이유로 치료를 시작한 후 금세 약을 중단하는 남성들을 보면 안타까움을 느낀다. 전문가들이 먹는 탈모치료제를 처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장기간 많은 연구와 처방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두타스테리드의 경우 한국, 일본에서 처방되고 있으며, 한국 남성 탈모 환자 중 80% 이상인 M자형 탈모, 정수리 탈모 등에 효과가 있다. 기존 치료제에 비해 효과가 더 좋은 만큼 안전성을 우려하는 환자들도 있는데, 관찰 결과를 보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같은 약으로 치료하더라도 어떤 생각으로 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치료를 시작했다면, 노세보 효과를 유발할 수 있는 나쁜 생각은 버리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더욱이 탈모는 진행성이다. 불필요한 우려나 걱정으로 머뭇거리다가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효능에 대한 불신으로 효과가 채 나타나기도 전에 약을 끊어버리면 오히려 증상이 악화돼 돌이키기 어렵다.

 인터넷, 주변으로부터 약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얻고 비의학적 방법에만 의존해 증상을 악화시키기보다는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를 처방받아 제때 제대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현상윤

움찬모발이식의원 원장·대한모발이식학회 학술이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