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에 거주하는 김모 씨(56)는 은행을 방문할 때마다 설치된 혈압계로 혈압을 측정한다. 은행에서 잰 혈압은 정상 범위로 나타났지만,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 고혈압을 주의하라는 경고를 받았다.
#2 박모 씨(45)는 최근 구입한 스마트밴드로 틈틈이 혈압을 측정하고 있지만, 매일 측정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 기계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혹은 건강에 다른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불안하다. 요즘 은행이나 관공서 등에도 혈압기가 설치돼 있어 손쉽게 혈압을 측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잰 혈압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혈압은 측정 환경, 측정 부위 등 상황에 따라 수도 없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정확한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대표적으로 세 가지 정도가 있다. 먼저, 병원 진료실에서 측정하는 ‘진료실 혈압’과 가정용 전자혈압계로 집에서 혈압을 측정하는 ‘가정혈압’, 24시간 동안 혈압을 측정하는 ‘활동혈압’이다. 이 중 가장 편리하고 경제적이며, 심뇌혈관 질환 발생 예측에 용이한 방법은 가정혈압이다. 진료실 혈압은 측정 주기가 일정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혈압이 실제 수치와 다르게 측정될 수 있다. 활동혈압은 시간별 혈압 변화를 알 수 있지만 하루 종일 측정장치를 착용하는 불편함이 있다. 반면 가정혈압은 편안한 환경에서 안정된 상태로 측정하기 때문에 정확한 혈압 측정이 가능하고 측정자가 혈압 변화를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스스로 적극적인 혈압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루 두 번, 올바른 방법과 자세로
고혈압은 심뇌혈관 질환의 주요 원인이다. 그러나 고혈압 관리의 기본인 올바른 혈압 측정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최근에는 어디서나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측정기가 보급되고 공공장소에서도 혈압계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설치되어 있지만, 기계의 정확성이 보장되지 않거나 사용법을 숙지하지 못해 부정확한 결과를 얻는 경우가 많다.
김철호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은 “가정혈압 측정법은 환자들이 효과적으로 고혈압을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확한 혈압 측정의 핵심은 ‘동일한 혈압계로 하루 두 번, 올바른 방법과 자세로 측정하는 것’이다. 또한 제대로 혈압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아침 2회, 저녁 2회씩 측정해야 한다. 하루 동안의 혈압은 아침과 저녁에 10∼30mmHg 정도 차이가 날 수 있는데, 특히 병원에서 잰 혈압이 평소 혈압보다 낮은 ‘가면고혈압’은 아침 혈압이 높은 환자에게 많이 나타난다. 이는 적절한 치료를 받는 데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하루 중 혈압 변화를 정확히 체크해야 한다. 아침 혈압은 기상 후 1시간 이내에, 소변을 본 후 5분 정도 차분한 휴식을 취한 뒤 측정한다. 저녁에는 잠자리에 들기 전 소변을 본 후 측정한다. 아침 식사 및 약물 복용 전에 측정하며 측정 전 30분 이내에는 흡연 및 카페인 섭취를 금한다.
혈압은 편안하고 조용한 장소에 앉아 등을 기대고 다리를 꼬지 않은 상태에서 잰다. 팔꿈치 높이의 테이블에 팔을 올려놓고 혈압계의 커프를 위팔에 감는다. 커프의 위치는 팔꿈치 안쪽에서 2∼3cm 위로 심장의 높이와 같아야 하며 손가락 1∼2개 정도가 들어갈 수 있도록 여유를 준다. 커프는 가급적 맨 팔이나 얇은 옷 위에 감는 것이 좋다. 올바른 자세로 측정하지 않으면 수치가 더 높게 나온다. 등을 기대지 않으면 5∼10mmHg, 다리를 꼬면 2∼8mmHg, 커프와 심장의 높이가 다르면 10∼40mmHg까지 높게 측정된다. 측정 중 말을 하는 경우에도 혈압이 10∼15mmHg 높게 측정될 수 있다. 측정 완료 후 날짜, 시간, 수축기 혈압, 확장기 혈압, 맥박수를 혈압수첩에 적는다. 이를 통해 혈압이 얼마나 잘 조절됐는지,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가정혈압 측정 시 진료실혈압과 달리 수축기 135mmHg, 이완기 85mmHg가 넘으면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혈압계는 의사에게 문의해 정확성이 검증된 전자혈압계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가정용 전자혈압계는 위팔에 커프를 감아 자동으로 공기를 주입하여 측정하는 혈압계가 가장 편리하며 정확하게 혈압을 측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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