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러브 스테이지] 소프라노 신델라 “본명이에요, 신데렐라처럼 자라라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월 13일 05시 45분


클래식 무대뿐만 아니라 팝·재즈공연, OST 참여, TV·라디오 방송, 교수 등 전방위 활동을 펼치고 있는 소프레노 신델라.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클래식 무대뿐만 아니라 팝·재즈공연, OST 참여, TV·라디오 방송, 교수 등 전방위 활동을 펼치고 있는 소프레노 신델라.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클래식 무대·뮤지컬·방송 전방위 활동
“내 정체성은 소프라노…창법도 클래식
지친 삶에 힘이 되는 노래 부르고 싶어”

“안녕하세요!” 신델라(37)가 하이 톤의 소프라노 창법으로 인사를 건네 왔다. 물론 농담이다. 그냥 밝고 건강한 인사였다.

신델라는 클래식 성악가다. 클래식 성악을 하는 사람들에게 ‘정통 엘리트코스’ 또는 ‘왕의 길’로 여겨지는 ‘예원-서울예고-서울대-유학’ 위를 걸었다. 조수미가 나온 학교로도 유명한 이탈리아 로마의 산타체칠리아국립음악원에서 공부했다. 5년 과정을 2년 만에 마치고 2006년 귀국했다.

요즘은 신델라의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워낙 활동의 스펙트럼이 넓은 덕이다. 클래식 무대뿐만 아니라 팝·재즈공연, OST 참여, TV·라디오 방송, 교수 등 전방위 활동을 펼치고 있다. 뮤지컬 ‘셜록홈즈’에서는 여주인공 루시존스 역을 맡기도 했다. KBS 1TV 열린음악회의 단골게스트로, 특히 심수봉의 ‘사랑밖엔 난 몰라’를 불러 대히트를 쳤다.

“본명이십니까?”. 사실 가장 궁금했다. 설마 싶었는데 본명이라고 했다.

“아빠가 첫 딸을 낳고 너무 예뻐 보이셨나 봐요. 신데렐라처럼 예쁘게 자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델라라고 이름을 지으셨대요.” 딸을 둔 세상의 아빠들은 모두 딸 바보다. 딸의 이름을 ‘델라’라고 짓고 흐뭇한 아빠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참고로 신델라의 남동생은 평범한 이름을 갖고 있다.

신델라가 처음 ‘노래하는 사람’으로 알려진 것은 1992년 MBC창작동요제에서 ‘부채춤’이란 곡으로 대상을 타면서였다. CBS전국동요대회에서도 우승했다. 자연스럽게 성악가를 꿈꾸게 되었고, 음악을 가르치는 학교로 진학했다.

“하지만 계획한 것은 아니었어요. 부모님이 음악을 하신 분들도 아니고. 그저 제가 노래하는 걸 좋아하니까 ‘너 좋아하는 거 해라’하셨을 뿐이죠.”

음악학교 진학과 유학도 신델라는 “모두 흐르는 대로 살아왔을 뿐”이라고 했다. 지금의 활발한 활동도 마찬가지다. 워낙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화하다 보니 신델라를 크로스오버 가수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듯하다. 뮤지컬 배우로도 유명한 임태경, 카이 등이 대표적인 크로스오버 가수들이다.

“제 정체성은 소프라노입니다.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부르지만 소프라노 신델라로서 부르는 거니까요. 창법도 클래식 창법 그대로 사용합니다.”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신델라는 크로스오버 장르도 노래하는 클래식 성악가이다. 소프라노도 그 안으로 들어가 보면 ‘포지션’이 있다. 같은 소프라노라고 해도 조수미가 드라마틱하고 하이 톤 발성을 주특기로 하는 콜로라투라인데 비해 신영옥은 가볍고 맑은 레체로의 소리를 갖고 있다. 신델라도 레체로 계열의 소프라노이다.

2006년 귀국 후 휴식기가 있었다. 프로로서 첫 국내 무대는 오페라였다. 고양 아람누리에서 주최한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 오디션에 나갔다가 바로 합격을 했다. 딱 한 번, 그것도 몇 년 만에 무대에 섰을 뿐이지만 ‘준비된 예술가’를 알아보는 눈은 많았다. 그 뒤로 신델라의 스케줄 북은 빨간 글씨로 가득하다.

“전 욕심을 부리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계획해서 살아오지 않았듯, 앞으로도 흘러가는 대로 살 거예요. 다만 노래에는 큰 힘이 있습니다.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그런 음악가가 되는 게 유일한 제 욕심이자 계획입니다.”

신델라는 21일 기타리스트 함춘호와 서울 마리아칼라스홀에서 신년음악회를 연다. 두 사람의 노래와 연주를 코앞에서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작고 아담하지만 ‘큰 힘’을 가진 연주회이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신델라의 건강하고 밝은 예술적 에너지가 고스란히 이쪽에도 전해져 왔다. 그의 말과 표정은 노래와 같은 ‘힘’을 갖고 있었다. 헤어지기 전 신델라가 말했다 “그런데 기자님 참 동안이시네요”. 물론 농담일 것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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