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문을 연 인천 계양구 ‘메디플렉스 세종병원’은 그동안 수없이 봐 왔던 병원들 중에서 매우 특이했다. 개원 준비가 한창이었던 지난달 24일 이곳 병원을 찾았다. 우선 3층까지 시원스럽게 뚫려 있는 1층 로비가 인상적이다. 고급 호텔에 온 듯한 화려한 비즈(구슬)작품이 3층 천장에서부터 매달려 1층 가까이 내려와 있었다.
세종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심장전문병원으로 부천에 모병원이 있다. 자병원인 셈인 메디플렉스 세종병원은 연면적 3만8738m², 지하 2층∼지상 10층 규모로 건립된 종합병원이다. 모병원과 병상 규모는 비슷하지만, 면적은 1.8배가량 더 크다. 그만큼 환자들을 위해 많은 공간을 할애했다는 의미다. 심뇌혈관질환에 특화했지만 15개 센터, 19개 진료과를 갖춘 종합병원이다.
메디플렉스(메디신+콤플렉스·의료복합)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 병원 1층에는 안질환 전문병원으로 유명한 한길안과병원의 시스템을 도입한 한길안센터가, 3층엔 부인병 전문병원으로 유명한 서울여성병원 시스템이 도입된 서울여성센터가 있다. 이곳에 있으면 세종병원에 왔는데도 타 병원에 온 듯한 느낌이다. 한길안과병원의 경험 풍부한 안과 검사 시스템과 서울여성병원의 고급스럽고 여성스러운 인테리어를 그대로 살렸기 때문이다. 의료진도 화려하다. 세종병원에서 20여 년 경력의 실력자 최락경 심장혈관센터장, 뇌혈관 스텐트 삽입술의 대가인 미국 터프트대 교수 최인섭 뇌혈관센터장(1년 중 6개월은 터프트대에서 강의), 서울대병원 교수 출신의 홍경섭 내과센터장, 인하대병원 교수 출신의 김동현 소아청소년센터장 등이 포진해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이곳은 보호자 대신 100% 간호사가 환자의 간병, 간호를 한다는 것. 특히 간호사 1명이 4인실 병실 두 곳을 24시간 책임지고 있다. 간병비도 하루 1만2000원 정도로 부담이 적다. 또 감염을 막기 위해 출입카드로 외부인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전체 병상은 326병상. 병실이 넓고 쾌적하면서도 병실료는 착하다. 전체 병상의 90%가 건강보험에 적용되는 기준병실(4인실)이어서 하루 환자 본인 부담(4인실 기준)은 2만1000원 정도. 병상과 병상 사이엔 다른 병원에선 볼 수 없는 ‘유리격벽’이 있다. 환자와 환자 간 또는 환자와 의료진 간의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든 국내 유일의 시설이다.
타 병원엔 없는 시스템은 또 있다. 바로 환자의 심장질환이 갑자기 안 좋아질 때 이를 컴퓨터가 모니터링해 간호사와 의사에게 순차적으로 자동으로 알려주는 ‘커넥티드 케어 솔루션’이다. 이는 의사가 외국에 있어도 스마트폰을 통해 환자 상태를 파악해 바로 처방을 내릴 수 있는 실시간 모니터링 첨단 시스템이다.
지역 주민에 대한 배려도 눈에 띄었다. 지하에 위치한 출입문 없는 개방형 강당과 예술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 운영이 그것이다. 특히 갤러리에서는 4월 이중섭 화백의 ‘소’를 포함해 한국 미술계의 대표적인 명화를 전시하는 ‘명화전’을 무료로 연다. 이 병원을 짓는 데 1300억 원의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세종병원으로서는 큰 도박을 한 셈이다. 하지만 30년 동안의 심장치료 노하우와 환자 중심의 시스템을 녹인 현장을 본 순간 주변 환자들에게 추천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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