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세금 6조 더 걷혀… 10조 일자리 추경 재원에 ‘숨통’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2일 03시 00분


기업실적 개선 덕 세수호황 이어져… 추경편성 요건 논란… 국회벽 넘어야
예산안 보완지침 부처에 5월 셋째 주 전달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첫날 일자리위원회 구성을 지시하면서, 집권 즉시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10조 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속도를 내고 있다.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반영해 올해 집행 중인 예산은 여력이 되는 한에서 최대한 보완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각 부처들이 작성 중인 내년도 예산 요구서는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짜는 작업에 착수했다.

재정당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 호황이 이어지면서 추경 편성을 위한 실탄은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 일자리 확대 등은 대선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진 내용이라 앞으로 국회 처리 과정에서 여야 간 진통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일자리 추경의 국회 논의 및 통과 여부가 향후 정부와 정치권의 ‘취임 초 허니문’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올해도 세수 풍년…일자리 추경 가속화

기획재정부가 11일 내놓은 ‘월간 재정동향 5월호’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국세 수입은 1년 전보다 5조9000억 원 늘어난 69조9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목표 세수 대비 실제 걷힌 세금의 비율을 뜻하는 세수진도율도 28.8%로 1년 전보다 1.4%포인트 상승했다. 국세 수입이 역대 최대 증가폭(24조7000억 원)을 나타냈던 지난해보다 올해 세수가 더 많아질 가능성도 커졌다.

올해 세수 호황을 견인한 건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었다. 세수 호황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와 석유·화학 산업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설비 투자 등 수입액도 덩달아 커졌고, 4월 집계되는 1분기 부가가치세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 곳간이 쌓이면서 문 대통령이 공약한 일자리 추경 편성을 위한 재원 마련에 숨통이 트이는 모양새다. 게다가 이날 발표된 4월 고용동향에서 실업자 수와 청년층(15∼29세) 실업률이 동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면서 서둘러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기류가 높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일자리 정책 지시로 기재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자리 추경 편성에 대한 검토가 마무리 단계”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다음 주중 문 대통령의 공약과 핵심 정책 과제를 반영한 내년도 예산 요구서를 제출하라는 예산안 편성 보완 지침을 각 부처에 전달할 계획이다.

○ 추경 편성 요건 논란…여소야대 국회 벽 넘어야

문 대통령의 코드에 정부가 빠르게 발을 맞추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추경 편성 요건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국가재정법(89조 1항)에 따르면 추경 편성의 요건을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 △경기 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는 상황 등의 부득이한 사유로 한정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대규모 실업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추경을 편성했다. 그러나 올해는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1분기(1∼3월) 경제성장률도 0.9%로 당초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

정부가 추경안을 만든다 해도 여소야대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전체 300석 중 120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일자리 추경 편성안을 통과시키려면 반드시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 등을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종=박민우 minwoo@donga.com·최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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