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동아]무섭게 오르는 사망률, 말초혈관질환 제대로 알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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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로 인한 이상증세와 증상 비슷해 치료시기 놓치기도
최근 출시된 지속형 약물방출 스텐트, 안전성과 효과 입증돼
시술받아도 생활습관 개선과 운동요법 없이는 재발 막기 힘들어

최동훈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최동훈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평소 등산을 즐기는 주부 김모 씨(71)는 어느 날 다리 통증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김 씨는 관절염이나 디스크 때문이라 판단해 정형외과를 방문, 수차례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증상이 전혀 나아지지 않자 대학병원을 찾았고, 말초혈관질환을 진단받아 결국 하지 혈관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원인 모를 다리 통증 지속 시 말초혈관질환 의심해야


말초혈관질환은 대동맥이나 관상동맥 등의 주요 혈관을 제외한 동맥이나 정맥이 좁아지거나 막혀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심장에서 분출된 혈액을 팔과 다리로 공급하는 말초동맥의 완전 폐쇄 또는 협착에 의한 것으로, 주로 복부 대동맥 이하 다리로 통하는 동맥에 대한 질병이 가장 흔하다.

증상은 걷거나 계단을 오를 때 다리 통증이 동반되며, 움직일 때 증상이 심해졌다가 휴식을 취하면 호전되는 것이 특징이다. 마치 디스크나 척추관 협착증과 비슷해 노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이상 증상과 헷갈리기 쉬운데, 질환을 방치할 경우 가만히 앉아 있기도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해져 삶의 질을 떨어뜨리게 된다.

최동훈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말초혈관질환은 70세 이상의 환자가 약 15∼30%일 정도로 고령의 경우 흔한 질병임에도 증상을 혼동해 병원을 늦게 찾곤 한다”며 “이로 인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면 괴사로 인한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도 생기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의료기술 발달이 오히려 병 키우는 아이러니


말초혈관질환의 원인은 대부분 동맥경화에 있다. 일반적으로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이나 고령, 흡연, 그리고 혈관질환 병력이 있는 경우를 주요 위험인자로 보고 있다.

말초혈관질환은 관상동맥질환이나 뇌혈관질환 등의 합병증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10년간 사망률은 약 40%로 매우 높다. 특히 평균 수명 증가와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해 동맥경화에 대한 위험이 높아지면서 말초혈관질환 환자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다리혈관의 이상 증상은 심장혈관보다 늦게 나타난다. 쉽게 설명하면, 심장혈관이 ‘형’이고 다리혈관이 ‘동생’인 셈이다. 때문에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심장혈관질환의 치료 성공률 및 생존율이 증가함에 따라 심장혈관질환 환자들의 기애 여명이 늘어나게 되고, 이로 인해 예전에는 찾기 힘들었던 말초혈관질환의 발생빈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발목상완지수 측정, CT-MRI로 질환 여부 판단해


말초혈관질환이 의심될 경우 가장 우선적으로 발목상완지수(Ankle-Brachial Index·ABI) 측정을 시행한다. 이는 팔과 다리의 혈압을 측정해 그 차이를 계산하는 검사로, 가장 쉽게 질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일반적인 혈압 검사와 비슷해 방법이 간단하고 적은 비용으로 측정 가능하기 때문에 환자의 부담이 적다. 통상 발목상완지수가 0.9 이상이면 정상으로 보며, 그 이하라면 말초혈관질환의 가능성이 높으므로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정밀 검사는 보통 보험 적용이 되는 컴퓨터단층촬영(CT)을 많이 하지만, 콩팥 기능이 좋지 않거나 투석 환자의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조영제를 사용해야 하는 CT는 콩팥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이외에도 초음파 또는 필요에 따라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을 통해 질환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생활습관 개선과 운동이 가장 효과적 치료법


말초혈관질환의 치료 목표는 질환 특성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 첫째는 파행 환자의 경우 다리 통증을 유발하는 파행을 완화시켜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증상이 심한 환자의 경우 움직이지 않아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다리가 아파 일상생활이 어렵기도 하다. 다음은 허혈로 인해 다리가 썩는 환자의 경우 효과적인 치료를 통해 다리 절단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아무리 다리 절단으로 통증이나 괴사를 막았다고 해도 이를 성공적인 치료라 생각하는 의사나 환자는 결코 없다.

치료법은 증상의 정도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 가능하지만, 우선적으로는 생활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동맥경화 진행을 악화시킬 수 있는 위험인자를 적극 조절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고혈압 환자의 경우 적정 혈압을 유지해야 하고, 당뇨 환자는 혈당을 조절해야 한다. 질환을 악화시키는 담배는 반드시 끊어야 한다.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어떤 치료를 하더라도 재발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는 운동요법을 제안한다. 그중 걷기가 가장 좋다. 적절한 걷기 운동은 증상 완화와 보행거리 향상에 큰 도움이 되는데, 다리의 통증이 나타날 때까지 걷다가 이후 휴식을 취한 뒤 증상이 없어지면 다시 걷는 방법으로 한다. 최소 3개월 이상 꾸준히 하는 것이 좋으며, 동시에 혈관확장제와 같은 약물 치료요법을 병행한다. 만약 3개월 후에도 증상이 지속된다면 시술을 권유하며, 수술은 가장 마지막 선택이다.

약물방출형 스텐트 출시로 시술 선택의 폭 넓어져


말초혈관질환 시술은 크게 풍선확장술과 죽종제거술, 스텐트 삽입술로 나눌 수 있다.

혈관을 풍선으로 넓히는 풍선확장술은 약물을 혈관 내로 투여하는 약물방출풍선을 주로 사용한다. 혈관 내 찌꺼기를 제거하는 죽종제거술은 각광받는 유용한 시술이지만 장기 데이터가 없어 지속적 관찰이 필요하다.

스텐트 삽입술 역시 대표적인 치료법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최근 약물방출형 스텐트가 개발되며 더욱 주목받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말초혈관에 사용할 수 있는 한 가지 종류의 약물 스텐트만 있었으나 최근에는 삽입 후 1년 동안 지속적으로 약물을 방출하는 스텐트가 출시됐다. 이는 임상 연구를 통해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바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보다 다양한 치료 옵션이 생겼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앞서 언급했듯, 이러한 시술들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해도 동맥경화 예방에 필요한 건강한 생활습관 개선과 운동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재발할 위험이 매우 높다.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는 평소 꾸준한 건강관리에 힘써야 한다.

박진혜 기자 jhpark1029@donga.com
#말초혈관질환#노화#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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