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동아]‘왕진 플랫폼’으로 농촌의료복지사각지대 해결 실마리 찾아

더 건강한 미래를 위한 헬스케어 혁신가를 만나다
＜2＞원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왕진 플랫폼의 생활건강 팀이 서곡2리 경로당에서 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몸지도 그리기’와 ‘건강수다’를 진행하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 제공

건강한 마을 만들기를 추구하는 헬스케어 사회적 기업 원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원주의료사협). 이들은 매주 농촌 주민의 삶터로 왕진가방을 들고 찾아가 ‘왜 아플까, 어떻게 치료하고 함께 돌볼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주민들과 함께 고민하며 해결해가는 주민 건강 돌봄 왕진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왕진 플랫폼은 제3회 메이킹 모어 헬스 체인지 메이커(한국베링거인겔하임과 사단법인 아쇼카 한국이 사회혁신기업을 발굴·지원하는 사회 공헌 프로그램)에서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 의료복지모델이라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특별상으로 선정됐다.

농촌은 도시에 비해 고령화 비율이 높고 홀몸노인 가구가 약 두 배에 달해 노인 건강 돌봄이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도시에 비해 의료복지 서비스가 취약하다. 이에 농촌에서는 홀몸노인이 건강상 문제가 생겨도 의료시설이 멀거나 돌봐 줄 보호자가 없어 방치되고 증세는 더욱 악화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또 이러한 농촌 사각지대를 지원하는 지자체의 정책은 주민의 주도성이 빈약한 편이다.

원주의료사협은 고립된 농촌이 스스로 건강한 삶을 개척해 나갈 주민의 주도성 상실과 행정의 일방적인 의료복지 서비스 대상자로 고착화되는 문제에 주목했다. 그리고 농촌의료복지사각지대의 건강 문제를 농촌주민조직들과 ‘함께’ 해결해나가는 왕진 플랫폼 사업을 시작했다.

왕진 플랫폼은 주민참여형 왕진 활동으로 건강 거점, 건강 반장 학교, 의료팀, 생활건강 팀으로 구성돼 있다. 주민들이 자연스레 만나는 공간을 건강 거점으로 활성화하고 현재 주된 건강 거점은 경로당이다. 경로당에서 건강 반장 학교 과정을 열어 어르신을 건강 나눔의 주인공으로 모시고 약손 상자·건강수첩을 비치해 어르신 스스로 간단한 상처치료와 건강 상태를 기록하도록 한다. 의료팀은 주기적으로 어르신 건강 반장과 소통하며 주민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의료지원이 필요한 주민들에게 개별 방문한다. 생활건강 팀은 농촌주민 조직을 중심으로 원주지역의 문화 예술인과 학생 봉사동아리 등이 참여하는 생활건강 프로그램이다.

또한 왕진 플랫폼은 의료지원을 넘어 마을 심부름꾼의 역할도 함께 하며 건강 자치와 서로 돌봄의 생활 관계망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는 거동이 불편한 이웃 주민들을 위해 원주시내로 출퇴근하는 농촌 주민과 농촌으로 어르신을 돌보러 가는 요양보호사들이 주 1회 마을 심부름 역할을 하는 것이다.

김종희 원장(원주의료사협 밝음의원 가정의학전문의)은 “왕진으로 만난 농촌주민들은 몸은 아프지만 건강한 관계의 씨앗을 가지고 서로를 돌보는 생활건강의 주인공이다”라고 강조한다. 아픈 이웃 어르신 안부를 묻고 원주의료사협에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요청하는 청년, 만성변비에 약물복용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분을 위해 공동 약물 투약 관리를 하겠다는 이웃 할머니, 건강지식을 배워 이웃 어르신을 돌보고 싶다는 마을 노인회장, 자신의 허리 튼튼 노하우를 나누고 싶다는 90세 할머니 등 마을주민들은 서로를 돌보는 건강 돌봄 자원이다.

김 원장은 “더 건강한 미래의 핵심을 기술혁신이 아니라 주민 사이가 건강해지는 관계의 복원에 있다”라며 “보건의료복지도 주민 건강 돌봄을 활성화시키고 주민 주도성을 촉진하는 관계형 정책으로 협력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덧붙였다.

원주의료사협이 구현한 주민 건강 돌봄 왕진 플랫폼은 베링거인겔하임과 아쇼카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사회공헌 캠페인인 ‘Making More Health(메이킹 모어 헬스)’를 통해 상금 및 전문가의 멘토링을 지원받고 있다. 상세한 내용은 ‘메이킹 모어 헬스 공식 웹사이트(http://mmh_korea.blog.me/)’에서 확인 가능하다.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