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윤준 서울대병원 교수
조기 발견 치료하면 90%이상 완치 … C형 간염 치료제 제파티어 보험 적용
“C형 감염은 지구상에서 완전히 없앨 수 있습니다.”
김윤준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자신있게 말한다.
최근 2년 사이 병원 내 주사기 재사용으로 인한 C형 간염 집단 감염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C형 간염 질환의 예방 및 관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질환 심각성에 대한 인지도는 부족해 실제 검진율 및 치료율은 낮은 실정이다.
간암 원인의 약 11%를 차지하는 C형 간염은 한번 감염되면 70∼80%가 만성간염으로 진행하고 이 중에서 30∼40%는 간경변증, 간암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 C형 간염 환자 약 30만 명 중 4만5000∼7만 명만이 치료를 받고 있고,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들은 향후 간경변증, 간암으로의 진행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C형 간염 관리체계를 현행 ‘표본감시’에서 ‘전수감시’ 체계로 전환하는 개정안을 6월 3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국민건강검진에 C형 간염 검사(생애전환기 검사, 만 40세 이상) 도입을 추진하는 등 C형 간염 예방 및 관리를 위한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고 있다.
김 교수에게 C형 감염과 치료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간염의 종류와 감염 경로는….
간염 바이러스의 종류는 A, B, C, D, E형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간염은 6개월 이상 염증이 지속돼 만성화로 진행될 수 있는 B형과 C형 간염이다. A형 간염은 주로 바이러스 감염자의 대변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물을 섭취함으로써 전염된다. 국내에도 몇 년 전 A형 간염이 대규모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현재는 예방 백신을 통해 이러한 유행은 막을 수 있게 됐다.
B형, C형 간염은 혈액에 의해 전염된다. B형 간염은 어머니에서 딸, 어머니에서 아들로 전염되는 수직 감염이 많다. C형 간염은 사실 어떻게 전염되는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C형 간염 바이러스의 존재를 알기 전에는 수혈에 의해 전염됐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개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에 손상된 피부나 점막이 노출돼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혹 침을 맞거나 문신을 한 후에 전염이 되는 경우도 있다. 시술을 하는 전 과정이 철저히 관리되고 깨끗해야 한다. 의사가 수술을 할 때도 어느 한 부분이라도 위생상 문제가 생기면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다.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으려면 장갑을 끼는 과정, 옷을 입는 과정 등 모든 요소들이 완벽해야 하는데 사실 모든 과정의 위생을 챙기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생활 속에서는 면도칼, 손톱깎이, 칫솔 등 혈액에 노출될 수 있는 것들이나 귀를 뚫는 것도 모두 감염 경로가 될 수 있다. ―C형 간염의 증상은….
특별한 증상이 없다. 초기에는 가벼운 피로, 소화불량, 우울증 정도가 증상의 전부다.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본인이 C형 간염 환자인지도 알기가 어렵다.
C형 간염은 보통 20년이라는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하면서 전체 감염자의 20∼40%가 서서히 간이 딱딱해지는 간경화로 진행된다. 간경화로 진행되면 그때야 증상이 나타난다. 복수가 차고, 혈변이 보이고, 피를 토하거나 혼수가 오는 등 다양한 증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간경화로 진행되기 전까지는 거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증상이 없다면 정기검진을 통해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가.
그렇다. 보통 40세 전후에 한 번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대한간학회에서도 지속적으로 만 40세, 66세 때 받는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에 C형 간염 검사를 포함할 것을 요구해왔다. 우리나라에서 본인의 C형 간염 감염 사실을 알고 치료를 받는 환자 비율은 20% 미만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 80%는 증상이 없으니 영문도 모른 채 심각한 간경화, 간암으로 진행된다. 이는 큰 비극이다. 전체 국민에 걸쳐 40세 전후로 C형 간염 검사를 받게 된다면 국내 감염 환자 수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기존 치료제로는 인터페론이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됐다. 인터페론은 보통 일주일에 세 번 주사를 맞는데 이를 조금 오래 가도록 만들어서 일주일에 한 번 맞는 인터페론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인터페론은 부작용이 많은 것이 단점이다. 갑상샘염, 탈모, 우울증, 망막염 등의 부작용이 있는데 우울증이 심해지면 자살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고 확률이 낮기는 하지만 망막염으로 눈이 머는 등의 심각한 부작용도 있었다. 이러한 부작용은 의사로서 환자 치료에 굉장히 부담을 느끼는 요소였다.
최근에는 C형 간염 치료에 DAA(direct acting antivirals·직접 작용 항바이러스제) 제제를 쓴다. 인터페론은 본인의 면역력을 높여서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것이고, DAA는 바이러스의 분자적인 메커니즘을 억제하여 직접적으로 바이러스를 죽이는 약이다. DAA 제제는 먹는 약이고 부작용도 별로 없다. 또 인터페론의 완치율이 60∼70% 수준이었다면, DAA 제제는 95%이상의 완치율을 보이고 있다. 치료제가 60% 수준의 완치율을 보일 때는 어떤 병을 완전히 없앨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현재는 거의 100%에 가까운 완치율을 보이는 치료제들이 나와 있기 때문에 이제 환자 발굴만 하면 C형 간염 바이러스 자체를 지구상에서 없애버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치료 기간은 어느 정도 걸리나.
치료 기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이전에 인터페론은 일주일에 한 번 1년 동안 주사를 맞아야 했다. 인터페론은 한 번 맞으면 심한 몸살 증상을 보이는데, 이를 48주 동안 반복을 해야 하니 환자들의 고통이 컸다. 면역력을 높인다고 하면 얼핏 좋아 보이지만 면역 반응이 일어나면 몸은 그만큼 힘들어진다. 그 다음 개발된 약은 하루에 3정씩 24개월동안 복용하는 약이 나왔다. 현재는 12주 동안 복용하는 약이 국내에 출시돼 있다. 앞으로는 8주나 6주 복용하는 약도 나올 것이다.
―최근 새로운 C형 간염 치료제가 보험 급여를 받기도 했다.
굉장히 바람직한 일이다. 효과적인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는 질환 박멸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이번에 보험급여를 받은 제파티어는 C형 간염 유전자 1형과 4형에 쓸 수 있다. 우리나라 환자의 약 45∼59% 정도는 1b형이고, 26∼51% 정도는 2형이다. 즉, 우리나라 C형 간염 환자의 반은 제파티어로 치료할 수 있는 것이다. 알약 수가 많거나 부작용이 많으면 환자들이 잘 안 먹는데 하루 한 알 12주만 먹으면 된다. DAA 중에는 다른 약과 같이 먹으면 안 되는 약이 많다. 우리나라 C형 간염 환자들의 특징은 나이가 많은 환자가 많고, 젊은 환자는 적다는 것이다. 70대 이상에서 C형 간염 유병률이 높아지는데 고령의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다른 약을 많이 먹기 때문에 약물 상호작용이 적어야 한다. 또 복용법이 간단하고 부작용 없이 완치율이 높아야 한다. 처음 DAA 제제가 나왔을 때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약의 경우 약값이 한 달에 3000만 원이 넘었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합리적인 수준의 가격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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